[CEO가 투자자에게]배중호사장 “백세주를 코카콜라처럼…”

  • 입력 2002년 9월 17일 17시 45분


국순당 배중호 사장(49·사진)의 방에서는 은근한 한약재 냄새가 났다. 전통주인 백세주를 만드는 업체인 탓일까. 붉은 빛이 감도는 차에서도 전통 냄새가 물씬 풍겼다.

국순당은 2년 사이에 주가가 6배 남짓 올랐다. 기복 없이 꾸준히 오른 점이 돋보인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40%를 넘는다.

배 사장에게 주가가 주당순자산가치(PBR)에 비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의 자산가치보다 브랜드나 수익률, 미래가치 등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의미. 40%를 웃도는 이익률을 유지해야만 주가가 적절한 셈이다.

그는 “수익을 얻는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새 상품에 투자하지 않겠다”며 “이런 원칙으로 높은 수익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사장은 주가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주가 이야기를 계속 꺼내자 “주주(투자자)의 요구에 흔들려서는 곤란하다”며 “회사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주주들이 단기성과를 지나치게 요구하고 회사가 그에 따라가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주주들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 정도만 기대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그는 원칙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의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백세주만 만들 거냐. 여러 상품, 여러 사업으로 위험을 분산하라는 등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상품과 사업이 많으면 힘이 분산됩니다.”

그는 “백세주를 코카콜라처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래 고객의 사랑을 받는 상품을 만들겠다는 뜻.

배 사장은 “적어도 전통주 시장에서는 고객의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들고 고객이 찾도록 만드는 데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세주 시판 초기에 음식점을 찾아다닌 ‘게릴라 마케팅’을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백세주에 얼음을 넣는 ‘온더록 백세주’를 유행시킨 것도 소비를 늘리는데 한 몫 했다.

경쟁업체의 도전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경쟁업체들도 전통주 시장에서 선전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전통주 시장이 커진다”고 말했다.

배 사장은 “경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물량공세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보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백세주와 소주를 반씩 섞어 마시는 속칭 ‘50세주’도 매출에는 나쁘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도 나이가 들면 백세주를 찾을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배 사장은 신규사업으로 ‘음식’ 분야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는 “술과 맞물려 팔 수 있는 음식이 많다”며 “현금 수입이 보장될 만한 신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