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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9월 1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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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G홈쇼핑 CJ39쇼핑 농수산TV 우리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5개 홈쇼핑채널과 유사 홈쇼핑(다른 채널에서 상업광고 형태로 방영되는 홈쇼핑) 프로그램들은 선정적 내용이나 부당 가격 표시 등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 두 홈쇼핑 채널의 재승인 과정이 주목되고 있다.
이들 홈쇼핑 시장은 올해 5조여원 규모로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따른 소비자 보호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방송위가 올해 7월말까지 홈쇼핑에 대해 제재를 가한 건수는 211건으로 지난해 205건과 비슷하며 2000년 95건에 비해서는 배 이상 늘어났다.
■문제점 및 실태
한 홈쇼핑 채널은 최근 접이형 자전거를 16만9000원에 팔면서 시중가는 24만원이라고 했으나 실제 매장가는 16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인공 재배한 장뇌삼을 관련 분야 교수의 인증서까지 붙여 자연산으로 둔갑시킨 사례도 있다.
충동구매를 조장하는 쇼핑 호스트의 ‘판촉’행태도 문제다. 이들은 마감시간을 정해놓고 “물량이 거의 다 나갔다”고 되풀이하면서 소비자들을 독촉한다. 그러나 한 전직 홈쇼핑 PD는 “방송 중 재고를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6월4∼18일 홈쇼핑을 통해 제품을 구입했던 주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5%가 충동 구매한 경험을 털어놨다.
홈쇼핑 채널들은 가족시청 시간대에 속옷을 판매하면서 선정적 화면을 연출하고 있다. 카메라가 실제 모델의 가슴과 엉덩이 등을 클로즈업하는 등 ‘에로쇼’를 방불케 하는 것. 한 채널은 지난달 속옷 판매 프로그램에서 스튜디오를 술집처럼 꾸민 뒤 속옷을 입은 모델을 피아노 위에 눕히기도 했다.
다른 채널(PP)들이 프로그램 사이에 끼워 넣는 유사홈쇼핑은 일종의 정보성 광고이나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방송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방송법상 중계유선방송은 이런 광고를 방영할 수 없으나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케이블 지역방송국(SO)들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편성해 시청자들이 채널을 옮길 때 ‘민망한’ 장면을 피해가기 어렵다. 한 주부 시청자(36·서울 관악구 신림동)는 “지상파 채널을 이동할 때마다 낯뜨거운 장면과 마주쳐 가족 분위기가 썰렁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쇼핑은 프로그램 등급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규제 미비한 황금알 시장
1995년 8월 방송을 시작한 LG홈쇼핑은 96년 매출 143억원을 기록했으나 2001년에는 1조637억원을 올렸다. CJ39쇼핑은 1999년 2130억원, 2000년 4211억원, 2002년 7778억원의 매출을 올려 LG홈쇼핑과 함께 지난해 케이블 방송 수익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LG홈쇼핑 CJ39쇼핑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TV 등 5개 홈쇼핑 채널의 2001년 총매출액은 1조 9244억원이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조여원. 2001년 KBS 매출액이 1조 936억원, MBC(서울)가 592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문제는 홈쇼핑 채널이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 등에 대한 규제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홈쇼핑 관련 규제 기관은 방송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1995년 홈쇼핑 채널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6월부터 홈쇼핑 허위 광고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방송위는 한 채널당 7, 8명의 모니터 요원을 고용하고 있으나 24시간 홈쇼핑 채널을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문제가 된 홈쇼핑 채널에 대해서는 대부분 ‘경고’나 ‘주의’ 등 경징계에 그쳐 솜방망이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채널이 과징금(해당 프로그램 수익의 2∼5%) 등 실질적인 규제를 받은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송종길 책임연구원은 “홈쇼핑 채널은 광고 성격이 짙어 기존 채널과 다른 규정으로 감시해야 한다”며 “모든 프로그램은 사후 심의를 받지만 광고와 유사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