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적자금 투입 일방지시

  • 입력 2002년 9월 12일 18시 19분


정부가 올해 4월 대우자동차의 해외법인 채권을 공적자금으로 손실처리하는 과정에서 주무기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제쳐놓고 경제장관 비공개 간담회에서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해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집행기관인 자산관리공사는 당시 경제장관 간담회 결정사항을 담은 문서를 야당 의원에게 제공한 실무팀장에게 이달 초 3개월 정직 처분이라는 중징계조치를 취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위원인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12일 “올해 4월6일 서울 시내 C호텔에서 비공개로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대우자동차 해외법인 채권 4900만달러(약 583억원)를 공적자금 손실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자산관리공사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이 결정으로 583억원의 특혜를 받았으나 소관 기관인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 문제를 논의한 일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된 3쪽짜리 문건에는 당시 회의에 진념(陳稔) 재정경제부 장관,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 한덕수(韓悳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 참석한 사실과 대우자동차 해외법인 채권의 공적자금 손실처리 지시내용이 담겨 있다. 또 문건 말미에는 실무자의 반발을 고려해 “일 처리 과정에 관여한 실무자에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면책조항까지 붙여놓았다.

이 같은 경제장관 간담회 결정에 따라 자산관리공사는 4월26일 회의를 열고 대우자동차 해외법인 채권을 공적자금으로 손실처리했다.

심 의원은 또 “2000년 11월11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도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던 ㈜한양의 특별채권을 손실 처리토록 지시했으나 당시 자산관리공사측은 이를 거부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자산관리공사측은 경제장관 간담회 자료와 경영관리위원회 의결 내용을 야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해외채권관리부 A팀장 임모씨에 대해 “대외비 문서를 허가 없이 외부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이달 초 징계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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