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유통라이벌의 ‘동상이몽’

  • 입력 2002년 7월 16일 18시 38분


서울 남대문시장∼신세계백화점∼소공동 롯데타운∼명동을 연결하는 지하상권 프로젝트는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유통업계의 라이벌인 두 그룹이 따로 추진하던 사업이 공교롭게도 연결됐을 뿐이다.

이에 따라 이번 프로젝트를 보는 양측의 목적이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정상 고수’의 롯데〓롯데가 옛 한일은행 본점을 사들여 ‘롯데타운’을 조성하려는 것은 신세계 견제용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가 최근 충무로1가 본점을 매장 면적 1만6000평 규모로 재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통업계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

이렇게 되면 매장면적 1만3000평 규모의 롯데백화점 본점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풀이.

롯데는 80년대 초 소공동 조선호텔을 매입해 롯데백화점, 호텔롯데와 함께 ‘롯데타운’을 조성하려다가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롯데 측은 조선호텔 원매자가 없다고 판단했다가 삼성그룹이 기습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됐다.

▽‘정상 탈환’의 신세계〓신세계가 남대문시장과 명동 쪽으로 지하통로를 개척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점이 도심에 있지만 손님들이 교통사정상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좀더 많은 유동인구를 유치하려는 것이다. 현재 지하철 4호선 회현역과 일부 시내버스 노선을 이용하는 사람 외에는 신세계 본점을 찾는 고객이 별로 없다는 점이 신세계 측의 고민이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으로 재개발하는 본점을 거점으로 유통업계 1위로 복귀하겠다는 신세계로서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의 유동인구를 흡수하는 것이 절실한 과제이다.

▽지하상권 조성은 어떻게〓지하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공유지인 도로 밑을 이용하는 만큼 도로점용 허가, 시설사용료, 향후 기부 조건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가 민간 차원의 지하공간 조성을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인허가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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