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LCD 값 9개월째 상승…하반기 공급과잉 우려

  • 입력 2002년 6월 24일 17시 48분


컴퓨터 모니터, 디지털TV,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이하 LCD) 산업은 요즘 폭발적 호황을 맞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CD 가격은 지난해 9월 대당 202달러(15인치 모니터 기준)에서 최근 260달러까지 올라 9개월째 상승세다. 지금도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미국의 디스플레이 전문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는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LCD 매출이 36억달러, 상반기엔 18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매출이 총 24억달러였다.

이에 따라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 등 국내 LCD 생산업체들은 잇따라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다.

LG필립스LCD는 5월에 5세대 생산라인을 처음 가동한 데 이어 두 번째 5세대 라인 구축에 들어간다고 24일 발표했다. 4세대 라인이 한번에 15인치 LCD 6대를 만드는 반면 5세대는 15대를 만들어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 회사 측은 1조4000억원 규모의 이 설비가 완공되는 2003년경에는 매달 12만장(투입유리판 기준)의 생산능력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당초 10∼11월경 5세대 생산라인 가동을 계획했던 삼성전자도 양산 시기를 8월 말∼9월 초로 앞당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2003년경에는 생산량을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

문제는 세계 LCD업계의 추가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것. 일본의 샤프와 히타치가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고 AU옵트로닉스, CPT 등 대만 LCD업체들도 5세대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하반기 이후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이 내려갈 것을 우려한다. LCD는 일명 ‘크리스털 사이클’이라는 경기순환을 겪어 왔다. 호황일 때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는 바람에 경기를 악화시킨 전례도 많다.

이 때문에 LG필립스LCD의 이번 투자계획 발표가 일본이나 대만업체들을 겨냥한 ‘선제 공격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선발업체는 원가 경쟁력을 미리 확보해 버티기 쉬운 반면 후발업체들은 어려움이 커지므로 경쟁업체의 투자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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