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내 진출 네덜란드 기업들 “고마워요 히딩크”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27분


“당퀴 벨(‘고맙습니다’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히딩크!”

한국에 진출한 네덜란드계 기업 임직원들은 요즘 표정이 무척 밝다. 한국을 월드컵 8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히딩크 후광’에 힘입어 네덜란드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네덜란드 브랜드 상품은 벌써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ING생명은 합리성과 투명성을 핵심으로 하는 히딩크식(式) 경영이 널리 알려지면서 ‘히딩크식 경영〓네덜란드식 경영’으로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월드컵이 끝나는 7월 이후 히딩크 감독의 이미지인 합리성과 투명성을 ING생명의 기업 이미지와 결부시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요스트 케네만스 ING생명 사장은 “ING생명의 모그룹인 ING그룹은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낼 때 TV 광고에 히딩크 감독을 기용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며 “이런 상승 분위기를 계기로 앞으로 한국 내 마케팅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을 기업이미지 제고의 기회로 활용해온 필립스코리아도 히딩크 감독 덕분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며 좋아하고 있다.

필립스코리아는 출전국 선수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담아 청사초롱 1000여개를 만들어 서울시청과 광화문 주변 거리에 내걸었다. 이 회사 박성일 대리는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필립스 본사 소속의 프로축구팀 감독을 지낸 적이 있어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의 고향 근처에서 생산되는 네덜란드산 ‘그로쉬’ 맥주는 6월 들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로쉬 맥주를 수입 판매하는 ㈜팀코주판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650상자(473㎖ 20병)에 불과했던 그로쉬 판매량은 이달 1∼20일에는 3배에 가까운 1900상자로 급증했다. 그로쉬 맥주는 히딩크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 두틴헴에서 10여㎞ 떨어진 그루에노라는 곳에서 생산된다. 병당 소매가가 8000원(호텔 1만5000원)으로 국산 맥주(병당 1500원)의 5배가 넘는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기업인 유니레버코리아 직원들은 8강 진출을 기념하는 100% 보너스를 받아 두 배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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