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시대 끝나나" 수출 환율비상…31일 1226원 연중최저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5분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원화 강세) 채산성이 악화된 수출업체들이 갖가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2원 떨어진 1226.30원으로 마감돼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기술개발 및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세우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환율이 달러당 1200원 이하로 떨어져 ‘저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공장의 해외이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는 등 환율 하락의 영향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환율, 왜 떨어지나〓달러화는 4월12일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해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데다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달하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로 ‘강한 달러정책’을 수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따른 것이다.

엔론 K마트 등 대기업의 파산으로 불거진 회계 투명성 문제로 해외에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줄어든 것도 달러화 약세의 한 요인이다.

반면 한국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데다 외환보유액 세계 5위, 꾸준히 유입되는 외국인투자자금 등이 겹쳐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하락 폭이 너무 크다는 점.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것이지만 하락 폭이 일본 엔화나 유로화에 비해 커 수출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화는 지난해 말 1326원에 비해 7.5%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엔화는 3.3%, 유로는 4.0% 하락에 그쳤다.

▽‘하락 장기화하면 공장 이전도 검토’〓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의 수출 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으나 원화기준 수출 금액은 크게 줄어 해외생산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경영지원팀 엄정국 과장은 “일부 저가형 제품의 경우 해외공장의 생산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떨어지면 일부 제품은 사실상 국내 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국내에서는 DV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치중하고 채산성이 맞지 않는 품목들은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창원특수강의 김경원 수출팀장은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매출이 2억원 가량 줄어든다”며 “국내시장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재고를 줄여 상품을 빨리 출하하는 등의 대응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경테 전문생산업체인 ㈜서전의 이학상 무역부 과장은 “환율이 급락하면 사실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면서 “저환율이 장기화하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을 통해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율하락 영향 미미한 업종도〓장기적으로 수출계약을 맺고 있는 자동차업종은 비교적 충격이 크지 않다.

현대자동차 국제금융팀 이원희 부장은 “올해 초 계획을 짤 때 적정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율을 1150원으로 낮게 잡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원화와 함께 엔화도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환율이 10대 1 수준을 유지, 타격이 크지 않으며 원-엔 환율이 9대 1 수준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달러로 원유를 구입하는 항공과 해운 등의 업종은 오히려 환율 하락이 경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한항공 서강윤 홍보부장은 “대한항공은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00억원의 외화부채 부담이 줄어든다”며 “유가 안정, 월드컵 특수에 환율까지 떨어져 항공업계는 매우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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