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스포츠토토 기부금 1598억 조흥銀서 무담보지급보증

  • 입력 2002년 5월 14일 21시 56분


조흥은행이 체육복표 사업자인 스포츠토토㈜에 1600억원에 가까운 지급보증을 서 준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보수적인 시중은행이 ‘사업성이 있다’는 전망만을 갖고 스포츠토토와 같은 신생기업에 16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대신 갚아주기로 약속한 것은 상식 밖의 일로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흥은행은 14일 “스포츠토토가 사업권을 따낸 대가로 국민체육진흥공단에 2006년 9월 기부하기로 한 기금 7990억원 가운데 20%인 1598억원에 대해서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엔 조흥은행이 대신 낸다’는 지급보증을 섰다”고 밝혔다.

스포츠토토의 대주주인 타이거풀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인 홍걸(弘傑)씨가 동서 황인돈씨를 통해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 조흥은행은 스포츠토토의 지분 5%를 갖고 있는 주주로서 은행창구에서 체육 복표를 팔고 있다.

조흥은행은 “국내 최대 회계법인이 스포츠토토가 5년간 5조4000억원대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 만큼 사업성을 믿었다”며 “보증을 서는 데 있어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이 사업 전망만 믿고 담보 없이 지급보증을 선다는 것은 상궤(常軌)를 벗어난 결정인 데다 보증 규모가 1600억원에 이르러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은행보증에 대한 대가로 2001년부터 6년간 매년 200억∼400억원씩 모두 1800억원의 예금담보를 사후 제공하기로 한 스포츠토토는 2001년 말 200억원을 담보로 예금한 후 사업개시 7개월 만에 영업이 중단됐다. 이제부터 조흥은행이 보증책임을 이행해야 할 상황.

조흥은행은 “스포츠토토가 문을 닫게 됐지만 현재 3개 업체가 사업권을 이어받기 위해 경쟁 중”이라며 “승계 사업자가 기부금을 내게 되면 은행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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