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힘 얻는 ‘비관론’… 체감경기 제자리로 투자주춤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02분


단순한 조정 장세의 연장일까, 아니면 증시 상승 추세가 완전히 꺾인 것일까.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초반까지 하락하면서 증권가에는 이번 조정 장세의 성격에 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지수 하락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증시 추세를 바꾸는 신호일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등장했다는 점.

물론 증권가에는 지수가 100포인트 이상 변하면 으레 ‘알고 보니 이럴 수도 있다’는 뒷북치기식 분석이 나오기 마련. 그러나 최근 등장한 비관론에는 예상의 적중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증시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조목조목 지적돼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비관론의 근거〓그동안 한국 증시는 ‘굴뚝산업과 정보기술(IT) 등 신구경제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증권가에는 이를 ‘과대평가’로 해석하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방대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중심의 IT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하게 매수를 추천할 만한 종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KT 등 대형주를 빼고 나면 수익성과 안정성을 갖춘 IT 중소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 신구경제의 조화가 구체화하지 못한 게 현실이라면 ‘한국 경제는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내수가 부진하면 수출이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그동안의 낙관론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이 경기가 좋아졌다는 점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 경기는 회복됐다고 하고 주가도 많이 올랐는데 국민의 ‘시장바닥 정서’는 막상 눈에 띄게 나아진 게 없다는 것. 체감 경기가 지금처럼 계속 머물러 있다면 결국 개인투자자의 투자 심리도 한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계속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외국인 움직임도 “대세는 여전히 상승”을 외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소다.

▽폭락은 아니겠지만〓물론 만에 하나 대세 상승 추세가 꺾여도 지수가 500선으로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 그러나 반대로 조정이 마무리되더라도 “이번에는 무조건 1,000까지 간다”는 식의 심리적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

앞으로는 대세 상승이니 하락이니 하는 ‘정해진 추세’보다 실물경기의 미래 전망에 따라 주가가 차분히 등락하는 ‘일상적인 시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주형 동양종합금융 과장은 “한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이제부터는 한국 증시의 현실적인 중심축인 미국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증시의 추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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