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현대차 美돌풍 1등공신은 ‘소비자 분석’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12분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판매가 크게 늘면서 미국 소비자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분석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56만여대나 팔릴 수 있었던 것은 품질향상에 따른 보증수리기간 10년을 적용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미국 소비자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반영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우차가 GM에, 삼성차가 르노에 인수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소비자 분석이 국내 자동차산업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인의 머릿속으로〓미국 시장의 ‘최접점(最接點)’에 있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는 미국인이 좋아하는 차를 알아내느라 늘 바쁘다.

신차 발표 시기가 되면 수십 명을 연구소로 불러 자사의 신차 모델과, 같은 차종에서 인기를 얻은 경쟁업체의 차를 동시에 보여준다. 현지인들은 차의 내·외부 디자인에 대한 소감, 구입 의향, 가격 등을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한다.

연구소는 이들 중 일부를 소그룹 토론에도 참가시킨다. 차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선호는 이 토론에서 나온다. 토론 내용은 일일이 기록된다. 연구소는 보고서만 작성한 사람에겐 50달러 (한화 약 6만5000원)를, 토론 참석자에겐 100달러까지 지급한다.

신차 구매고객들에겐 e메일, 전화 또는 직접 방문 등을 통해 디자인상의 불만사항, 향후 개선방향 등을 끊임없이 물어본다.

이렇게 얻어낸 소비자의 취향은 한국 내 디자인부서에 전달돼 세부적인 디자인 변경에 적용된다.

▽요즘의 미국 소비자〓기술연구소가 파악한 미국 소비자의 특징은 연령에 따라 선호 차종이 뚜렷하다는 것.

50대 후반∼80대는 현금이 풍부해 주로 길고 넓은 고급세단을 원한다. 최근 인기 있는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좋아하지 않는다.

시장의 주 구매층인 30대 후반∼50대 중반의 ‘베이비붐 세대’는 SUV나 미니밴을 원한다. 가족도 태우고, 짐도 싣고, 오프로드(off-road) 주행에도 나선다.

재정기반이 약한 30대 초반은 저가의 소형 SUV나 독특한 디자인의 저가 차량을 좋아한다.

20대 X, Y세대는 세련된 디자인의 SUV를 스포츠카만큼 선호하고 기존 차종과 완전히 다른 차종이 시장에 나오길 기다린다.

기술연구소 박호석 수석연구원은 “차세대 구매층인 X, Y세대의 인구분포가 베이비붐 세대와 비슷해져 이들의 선호차종을 파악하기 위한 업체들의 신차발표가 늘고 있다”며 “현대차도 다양한 신차개발로 이들의 선호를 빨리 알아내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수출 차종〓올 미국 자동차시장의 주요 차종은 △40, 50대를 향한 고급SUV △30대를 겨냥한 왜건형 승용차 △젊은 부유층을 위한 고성능 엔진의 승용차·스포츠카 등이다. 현대차가 국내 판매가 부진한 왜건형 승용차 스포티지를 미국에서 계속 업그레이드해 판매해 좋은 성과를 올리는 것도 이런 시장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기술연구소 김영우 소장은 “소형SUV 산타페와 기아의 고급SUV 쏘렌토, 미니밴 세도나(국내명 카니발Ⅱ) 등이 미국 내 한국차 돌풍을 이어갈 것”이라며 “향후 신차 개발에서 미국 소비자들에 대한 분석은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디트로이트(미국)〓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