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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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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부친인 김종희(金鍾喜)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1981년 회장에 취임, 21년이 지났지만 아직 후계 등을 거론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김 회장이 처음 취임할 당시의 나이가 29세, 올해로 갓 5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올해 명문 하버드대에 입학한 장남 동관(東官)군이 이제 19세. 차남 동원(東元·17)군과 3남 동선(東善·15)군은 한국에서 고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김 회장 동생인 김호연(金昊淵) 빙그레 회장과 누나인 김영혜(金英惠) 제일화재 대주주와는 오래 전에 지분정리가 끝난 상태. 제일화재의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초 한화에너지가 원유를 사올 돈도 없을 만큼 심각한 자금난에 부닥치자 계열사 주식과 금융자산 등 사재(私財)를 담보로 제공하고 은행에서 협조융자를 받았다.
또 그의 말을 빌리면 “마취하지 않고 수술대에 올라 폐 하나를 잘라내는 것보다 더 아픈 고통”을 느끼면서도 알짜 계열사를 매각했다.
한화의 한 임원은 “대주주간의 지분관계가 복잡했다면 이같은 결단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회장은 친인척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대신 전문경영인들과 신뢰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로 그룹이 좌초위기를 겪으면서 신속한 의사소통을 위해 ‘형식 파괴’에 힘을 쏟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례 사장단 회의를 없앤 것. 김 회장은 대신 생산 영업 현장을 방문하거나 계열사 사장들과 식사를 하면서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횟수를 크게 늘렸다.
계열사 차원의 문제가 아닌 그룹의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본부의 핵심간부들이 김 회장에게 수시로 조언하고 그의 지침을 실천에 옮긴다.
원로 가운데는 박종석(朴鍾奭) 부회장과 박원배(朴源培) 부회장이 김 회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의견을 나눈다.
사장급인 김연배(金然培) 구조조정본부장은 김승연 회장과 두 부회장을 보필하면서 구조조정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김 사장은 그룹 안에서 김 회장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행하는 인물로 꼽힌다.
또 구조조정본부 구조조정팀장인 이용호(李龍浩) 전무와 홍보팀장인 정이만(鄭二萬) 상무도 김 회장에게 주요업무를 직접 보고한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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