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문 벤처기업 수출 활기

  • 입력 2002년 3월 19일 15시 26분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벤처기업 디지털웨이는 요즘 생산라인 증설 문제로 고민중이다. 현재 전북 익산시 제2산업단지 공단 내에 빌려쓰고 있는 생산라인만으로는 밀려드는 해외 주문을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

이 회사의 올해 MP3 플레이어 수출 목표는 지난해의 19만대보다 51만대 늘어난 70만대. 전체 생산량의 85%를 수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 구로 2공단의 이레전자산업. 건물 6층에 자리잡은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생산라인은 매달 1000대 규모의 42인치 PDP TV를 쏟아내느라 쉴 틈이 없다. 이 회사는 올해 LCD(액정)모니터와 PDP TV사업 부문에서만 503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김방영 마케팅이사는 ˝해외 주문이 예상보다 늘어 당초 190억원으로 잡았던 수출목표를 높여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IT(정보기술)부문 벤처기업의 수출이 살아나면서 침체된 벤처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벤처업계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그 결실이 수출로 나타나고 있는 것. 수출 시장에서 벤처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 벤처산업 부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벤처 수출=올들어 대기업 등의 수출이 여전히 부진한 반면 벤처기업의 수출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1월 벤처기업 수출은 4억39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6.8%나 늘어난 수치. 지난해에도 대기업 수출은 21.1% 줄었지만 벤처 수출은 14% 늘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이는 IT분야 수출의 비중이 대기업 주력 업종인 컴퓨터와 모니터 등에서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 MP3플레이어 PDA(개인휴대단말기) 등 벤처 업종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나는 현상. 삼성경제연구소 김정호 수석연구원은 ˝이런 추세는 올들어 더욱 확연해져 벤처기업의 수출은 보다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해외로 눈 돌리는 벤처업계=디지탈웨이는 올해 미국과 유럽 시장을 개척해 일본과 중국에 편중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미국의 대형 전자유통업체와 손잡고 미국 전역의 480개 유통점에 연간 15만∼20만대의 MP3플레이어를 납품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초고속인터넷(ADSL) 장비업체인 코어세스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은 절반 이하이면서도 속도는 2∼3배 빠른 ADSL 장비로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 회사 하정률 사장은 ˝세계적인 초고속인터넷붐을 타고 올해는 수출물량이 더욱 늘 것으로 보여 경기도 성남에 자체 생산공장을 하나 더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역조가 심각했던 소프트웨어 분야 벤처기업의 수출사례도 늘어 100억원대 이상의 수출을 바라보는 기업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정소프트는 올해 초 유럽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에 데이터보호 소프트웨어인 하드디스크 보안관 80만달러 물량을 수출키로 한데 이어 다임러크라이슬러, 지멘스, 후지쓰 등과도 수출 계약을 했다. 올해 수출 목표는 작년 67억원보다 3배 늘어난 200억원.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 안철수연구소도 올해 수출 목표를 100억원대로 잡았다.

▽수출만이 살길=수출중심 벤처기업에 자금이 몰리면서 벤처업계에는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벤처산업 부활의 열쇠는 수출에 달려있다˝며 ˝수출 실적에 따라 벤처기업의 명암도 엇갈릴 것˝이라고 밝혔다.

곽성신 우리기술투자사장은 ˝국내 시장은 좁아 벤처기업이 생존차원에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수출 벤처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수출 벤처기업 지원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상반기중 나스닥벤처펀드를 조성해 국내 IT벤처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는 벤처종합상사를 설립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및 수출, 외자 유치, 전략적 제휴 등을 돕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정호 수석연구원은 ˝벤처수출을 확대하려면 벤처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한다˝며 ˝벤처기업들이 애로를 겪는 해외시장 마케팅이나 정보수집 등 업무에 대한 지원체계 정비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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