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되고 싶으세요? KAIST로 가세요!"

  • 입력 2002년 2월 4일 17시 28분


‘은행장이 되려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고정보경영자과정을 수강해야 한다?’

국내 주요 은행장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특이하게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최고정보경영자(AIM) 과정을 수강했다는 점이다. 모든 은행간부가 이 과정을 수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이하게도 AIM 수료증을 가진 사람 중에서 은행장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그래서 금융권에는 “AIM 과정은 ‘은행장 사관학교’”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AIM 졸업생 중에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사람은 국민은행 김정태(金正泰) 행장. 그는 1996년 초 한신증권 부사장 시절 4기 수강생으로 이 과정을 수료했다가 98년 8월 한국주택은행장으로 취임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통합 국민은행장에 올랐다. 김 행장은 금융 정보화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수업에 임해 실습상과 논문상을 타기도 했다.

국민은행 김상훈(金商勳) 이사회 회장도 96년 은행감독원 부원장보 시절 5기로 AIM과정을 졸업한 뒤 2000년에 국민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김진만(金振晩) 전 한빛은행장도 95년 한미은행 상무시절 이 과정을 마친 뒤 97년 한미은행장으로 취임했다가 99년엔 한빛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진만 전 행장은 수업 때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대단한 열의를 보여 교수진을 탄복시켰다는 후문.

이밖에도 신복영(申復泳) 전 서울은행장, 송달호(宋達鎬) 전 국민은행장, 황석희(黃錫熙) 전 평화은행장, 허홍(許洪) 전 대동은행장, 민창기(閔昌基) 전 강원은행장, 오세종(吳世鍾) 전 장기신용은행장 등이 AIM과정 수료 후 은행장에 선출됐다.

또 위성복(魏聖復) 조흥은행장과 문헌상(文憲相) 전 수출입은행장은 행장 임기 중에 AIM 과정을 수강했다. 나응찬(羅應燦) 전 신한은행장, 이종연(李鍾衍) 전 조흥은행장, 김추규(金秋珪) 전 상업은행장은 은행장에서 물러난 뒤 과정을 수료했다.

이처럼 AIM 과정이 은행장을 다수 배출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볼 수도 있지만 이 과정이 풍부한 실무 경험을 쌓게 해주고 임원급 인사에게 부족한 정보화 마인드를 길러줘 은행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질을 길러주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

실제로 수강생들은 인터넷 정보사냥 기법, 홈페이지 제작 및 등록 등 인터넷 실무교육과 사이버 금융기법 등을 배우게 돼 실제 업무에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고 말하고 있다.

KAIST 이희석(李熙錫) 책임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 기업을 운영해 팀별로 실적을 겨루는 비즈니스 게임 등 CEO로서의 실무적 자질을 키우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은행장 선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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