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르헨티나 발 위기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6시 56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엔화약세 및 아르헨티나 위기라는 양날 공격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엔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이 대(對)아르헨티나 지원에 주춤하고 있어 외풍(外風)은 당분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통화와 주가 동반 하락〓일본이 10년 이상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화약세 정책을 취하자 아시아 경제에 주름살이 퍼지고 있다. 9·11테러 직후 달러당 116엔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21일 한때 129.54엔까지 올랐다. 일본 내에서는 경제가 회복되려면 달러당 140∼150엔까지 올라야(엔화가치 하락)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젠은 일본이 내년에 GDP(국내총생산)를 1% 끌어올리려면 달러당 200엔이 돼야 한다 는 충격적 분석을 내놓을 정도.

엔화 약세는 아시아 국가의 통화가치 하락→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이탈→주가 하락→통화가치 더욱 하락 의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이미 대만과 싱가포르의 통화가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고 대만 홍콩 한국 등의 주가도 폭락했다.

다만, 엔-달러 환율은 130엔대 후반까지는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과도한 엔저는 중국 위안화 가치하락을 부채질하고 이런 상황을 미국도 반대하기 때문.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엔-달러 환율은 내년 3월까지 달러당 135엔이 상한”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원-달러 환율은 131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나의 복병…아르헨티나 위기〓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있는 아르헨티나는 곤경에서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한국과의 무역액이 연간 4억달러에 불과하고 한국기업의 투자금은 1억1000만달러, 한국금융기관의 대출은 900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아르헨티나 위기는 이웃인 브라질과 멕시코로 전염되고 신흥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97년 아시아 통화위기와 98년 러시아 위기처럼 아르헨티나에서 위기가 일어나면 국제금융시장이 경색돼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신흥국가는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주가가 떨어지기 때문. 금융연구원 김정한 박사는 “아르헨티나 위기가 국제금융시장과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나서야 하나?〓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10∼11월에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대량 유입되자 정부는 수급에 맞춰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도록 해 11월27일 1261.99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주식투자자금은 언제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유입될 때는 달러를 사들여 환율하락을 막은 뒤 유출될 때 내다팔아 환율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

한 정유사 자금부장도 “환율이 외부요인에 따라 급변할 때는 정부가 개입해 안정시켜야 경제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찬선 김두영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