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삼성전자 임직원 52명, 322억원 규모 납품비리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50분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임직원 52명이 반도체장비 업체와의 거래에서 ‘주식 및 금품상납’을 받는 등 대규모 납품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회사 자체감사 결과 밝혀졌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실시해온 반도체장비 구매분야에 대한 집중감사에서 삼성전자 임원 5명과 개발 및 생산분야 직원 28명 등 임직원 52명의 금품수수 등 비리 사실을 밝혀내고 징계조치했다. 이번에 적발된 일부 임직원들의 납품비리 규모는 총 3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자는 또 회사 임직원들에게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40개 협력업체에 대해 경고조치하고 이 가운데 주식을 상납한 업체 한 곳을 포함해 뇌물을 준 10여개 업체와는 앞으로 거래를 끊기로 결정했다. 적발된 납품업체 가운데는 코스닥 등록법인 3개사가 포함돼 있다.자체감사에서 적발된 임직원 수 및 유형은 △주식 및 금품수수 10명 △골프 및 향응접대 34명 △고가(高價)구매 등 6명 △특허료 과대설정 1명 △사내여직원 불륜 1명 등이다.삼성전자 모 개발부서에 근무하는 임원 등 6명은 친인척 명의로 협력업체의 주식을 상납받고 무상증자와 액면분할 과정을 거치면서 투자금의 40배 이상인 247억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납품업체로부터 주식을 상납받은 임직원들은 해당업체에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특혜를 베푼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일부 직원은 주식매각 대금으로 회사를 세워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또 일부 직원은 협력업체가 신용카드로 접대비를 결제할 때 실제 비용보다 많게 계산하도록 하고 차액을 업소로부터 현금으로 찾는 수법으로 8700만원대의 뇌물을 챙긴 사실도 밝혀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거래업체와의 투명한 거래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강도 높게 실시됐다”며 “앞으로도 비리를 뿌리뽑기 위한 내부감사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가뜩이나 올해 실적이 나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으로서는 ‘충격적 수준’의 납품비리까지 밝혀짐에 따라 일부 고위임원을 포함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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