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외국기업 한국지사 "본사여, 따르라"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18분


사이버 월드컵을 시연하는 프로게이머.
사이버 월드컵을 시연하는 프로게이머.
대형할인점을 운영하는 유통업체 테스코는 전세계 테스코 매장의 전산시스템을 통합·공유하는 ‘원코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세계 900여개 테스코 매장이 사용하게 될 ‘글로벌 코어 패키지 시스템’을 개발하는 곳은 영국 본사가 아니라 한국지사인 삼성테스코다.

보통 외국계기업은 본사가 글로벌 전략을 짜고 한국지사는 본사의 관리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한국지사의 의사결정이 본사차원의 영향력을 갖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지사가 몇몇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글로벌 허브(Global Hub)’의 역할을 하는 셈.

테스코의 물류·매장·상품관리시스템은 3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태국에 영국본사직원들이 파견돼 개발한 것을 가져다 쓰거나 지역별로 별도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 매장이 같은 시스템을 쓰면 개발·업그레이드 비용이 중복되지 않고 어느 매장이나 최근에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올해초 영국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은 △정보기술 발달 △까다로운 소비자 △뚜렷한 계절변화로 복잡하고 다양한 상품구성 △수시로 테스트하기에 적당한 점포수(10여개) 등을 이유로 들며 ‘코어 패키지’의 개발을 한국에서 맡겠다고 제안했다.

삼성테스코는 2003년 시스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며 2005년경부터는 아시아의 직원교육센터를 한국에 둘 예정. 이 사장은 “교육 기능과 테크놀로지 기능이 있는 곳이 곧 ‘허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개최지인 2002년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한국지사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한국코카콜라는 월드컵관련 세계 마케팅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코카콜라 프랑스 지사가 아닌 미국의 코카콜라 본사가 월드컵마케팅을 주도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과 게임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에 착안해 한국코카콜라는 컴퓨터 게임을 이용한 국제 사이버 축구대회인 ‘2002 코카콜라 월드 사이버 컵’을 제안, 진행하고 있다. 각국 코카콜라 지사는 한국코카콜라가 주관하는 일정과 계획에 따라 다음해 2월부터 예선경기를 진행한다. 본선경기는 내년 6월, 실제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경기장에서 벌어지며 대형전광판으로 생중계될 예정.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e비즈니스 솔루션 개발업체 아이오나는 한국아이오나 임대진 사장의 제안으로 제품군과 주력 브랜드전략을 수정했다. 아이오나 제품중 가장 경쟁력이 있는 것은 ‘오빅스’라는 이름의 시스템간 통합용 솔루션.

그러나 과거에는 오빅스가 ‘e비즈니스플랫폼’에 속하는 8개 제품중 하나로만 인식되고 있었다. 임 사장은 올해 8월 브랜드인지도가 있는 오빅스를 대표브랜드로 내세우고 전제품을 ‘오빅스’브랜드로 일관되게 마케팅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이 전략은 올11월 본사회의에서 채택돼 현재 전세계 아이오나 지사들의 제품패키지가 ‘오빅스’로 수정되고 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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