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보증기금은 지난달 24일 본점 기금서무계와 각 지점 등 100여개 수신처에 ‘동아일보 구독현황 파악(긴급)’이라는 제목의 사내 전자문서를 보냈다. 문서내용은 “각 부서 서무담당자들은 사무실 및 개인이 구독하고 있는 동아일보의 총 부수를 파악, 사무실 개인별로 구분하여 즉시 편지 또는 전화로 연락바란다”는 것.
권의종 신보 홍보팀장은 “동아일보의 24일자 기사를 보고 신보의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혀 집단구독거부를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비응답부서가 많았던 데다 내부반발도 커 실제 총집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오택섭(吳澤燮·신문방송학) 교수는 “공공 기금으로 운영되는 신용보증기금이 소속 직원의 언론 선택권에 간섭하려 한 것은 개인의 ‘양심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로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있는 사안”이라며 “보도에 불만이 있다면 언론중재위원회 등 법적 장치를 통하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본보는 지난달 22∼24일자에서 △신보의 융통어음 사기피해 사건과 경영진의 은폐의혹 △손용문 전 신보 전무의 보증외압 사례와 검찰수사 △신보의 방만한 운영사례 등을 집중 보도했다. 비리관련의 책임을 지고 손 전무는 25일 사임했으며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중이다.
이종성 신보이사장은 27일 “전자문서 발송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홍보팀장이 자의적으로 보낸 메일”이라고 해명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