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불황속 한국산업]조선업 "쉬어가자" 주춤

  • 입력 2001년 11월 7일 18시 51분


한국이 ‘조선 대국(大國) 1위’(수주량 기준)의 자리를 3년만에 일본에 다시 내줄 것으로 보인다. 납기가 급한 선주들이 일감이 밀린 한국 대신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한국의 조선 수주량은 968만4000GT(용적t, 선박의 크기를 재는 부피 단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줄었다. 반면 일본은 전년동기대비 30.3% 증가한 1055만7000GT를 수주해 한국을 87만GT 정도 앞질렀다. 업계는 최소한 연말까지는 이런 추세가 이어져 올해는 연간기준으로도 한국이 일본을 앞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수주량이 평년의 1.5배 수준이었던 지난해 2년6개월∼3년치의 풍부한 일감을 확보한 국내 업체들이 올들어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수주하는 ‘선별 수주’ 전략을 펴왔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독점한 세계 조선시장에서 일본은 93년 한해를 제외하고는 98년까지 줄곧 조선업 1위 자리를 지켜오다 99년과 지난해 2년간 한국에 수위 자리를 내줬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의 조선업체가 여전히 일본 업체보다 가격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내년에는 1위 자리를 재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조선업 전문 애널리스트인 대우증권 이종승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빅3’ 조선업체는 현재의 환율 수준에서 일본 경쟁업체에 비해 선박 건조비용이 15% 이상 낮다”며 “세계 신(新)조선 발주시장이 다소 위축되더라도 조업도 유지를 위한 추가 물량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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