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T투자로 효율성 높여야"…보스턴컨설팅 그룹 부사장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28분


“변화의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지금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앞으로 수년 내에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필립 에번스 수석부사장은 1일 닷컴의 붕괴로 기업의 정보기술(IT)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한국에서 열린 디지털금융 관련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에번스 수석부사장은 20여년간 금융기관과 소매업체의 IT관련 프로젝트를 맡아온 온라인 비즈니스 전문가.

그는 한국의 은행들이 IT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인터넷 뱅킹을 통해 단기간 내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온라인 비즈니스는 새로운 수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고객과 1대 1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져 대고객 서비스가 강화될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의 효과를 금융기관과 고객이 나눠가질 수 있어 고객감동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

그는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증권거래의 대명사인 메릴린치,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업을 접목한 찰스 슈왑, e트레이드 등과 같은 순수 온라인 증권사들 가운데 찰스 슈왑이 승자로 떠오르고 있는 점을 주목하라고 충고했다. 온라인 영업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없고 오프라인 영업의 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그는 최근 미국 기업들의 IT 투자 움직임에 대해 “새로운 닷컴 기업을 설립하기 보다는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소매금융 기관들의 지점망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짜여져 있다며 온라인 기술의 도입이 본격화되면 지금처럼 넓고 직원이 많은 지점들은 자동화기기만으로 움직이는 소규모 지점들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미 은행 지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그는 앞으로 5년내에 한국의 은행들도 인력과 지점망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는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언론 보도나 정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수출의존형 한국 기업들은 수익 창출이나 성장을 추구하기 보다 비용절감과 리스크 관리 등 내실있는 경영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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