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호전' 얼마나 갈지…9월 내수활기에 "최악 탈출"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49분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의 각종 지표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악화’와 ‘경기침체’라는 부담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증시 투자자에게는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증권가는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에 마냥 기뻐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지표 호전은 착각〓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9월 산업생산과 출하는 지난해 9월에 비해 5.1%와 4.4%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9월에는 추석 연휴가 있었고 올해에는 없었다는 점. 조업 일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경기는 전통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한달 동안 반짝 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10월1일이 추석이었던 올해 9월은 이런 추석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산업생산이 큰 폭으로 증가(생산지수는 9월 154.9에서 10월 164.8로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해 추석 연휴까지 낀 10월은 지난해 대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보증권 김진성 책임연구원은 “9월 지표의 호전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경기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며 “아직 경기 하강 추세를 벗어날 만한 뚜렷한 증거는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그러나 “역시 경제가 어려워”라며 지레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투자자의 관심은 주식이기 때문에 이번 지표의 해석을 통해 증시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

이번 지표 중 투자자들에게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내수 동향. 통계청에 따르면 9월 내수출하는 전년대비 11%, 도소매판매는 7.7%, 내수용 소비재출하는 19.3%나 증가했다.

어차피 미국 경제의 악화로 수출 부진이 예상됐던 것이라면 이같은 내수의 꾸준한 선전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신흥시장에 한국의 상대적인 강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면에서 내수지표 호전은 최근 엄청난 매수공세를 보였던 외국인투자자를 계속 한국 시장에 잡아두는 효과가 있다는 것.

대우증권 이영원 과장은 “국내 경기지표가 최악을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증시의 급락 가능성이 한결 낮아진 만큼 지나치게 증시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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