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일銀, 외환 제소키로…"하이닉스 회사채 협의없이 상환"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제일은행이 하이닉스반도체와 관련,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제일은행은 하이닉스 여신 때문에 행장까지 교체된 상황인 만큼 강경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채권단간 갈등이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 고위 관계자는 30일 “채권단 명의의 임시계좌에 있던 돈으로 외환은행 등이 전체 채권단과의 사전협의 없이 하이닉스 회사채 6300억원을 조기에 상환받고 채권단에 다시 신규자금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외환은행을 상대로 법적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환은행은 31일 전체채권금융기관 회의를 열어 하이닉스 지원방안 처리를 강행하기로 했으나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왜 소송에 나서나〓하이닉스가 6월 해외주식예탁증서(GDR) 12억5000만달러를 발행할 때 ‘부도가능성’을 우려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용 자금으로 1조원을 임시계좌에 예치했다. GDR발행이 무산되면 다시 찾아간다는 조건이었다.

GDR발행이 성공한 후 외환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어차피 내년에 갚을 회사채를 미리 갚으면 하이닉스의 이자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6300억원을 미리 상환받았다.

이때 가장 큰 혜택을 본 곳은 회사채 신속인수를 주도한 산업은행이었고 제일은행은 신속인수에 참여하지 않아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제일, 외환은행 입장〓제일은행 관계자는 “회사채를 조기상환한 것은 7, 8월로 당시는 반도체가격이 폭락, 하이닉스의 유동성위기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자금을 조기상환에 쓰지 않고 유동성 해결에 사용했더라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신규자금 1조원 지원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외환은행은 “조기상환은 하이닉스 운영위원회에서 용도변경을 결정한 것이어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이닉스 지원안 강행〓외환은행은 하이닉스 지원안 처리를 강행하기로 하고 신규지원불참은행의 부채탕감비율을 청산가치 기준(담보·무담보채권 구분)으로 변경했다. 기존안은 ‘부채의 70% 탕감, 30% 출자전환’이었다. 실사결과가 나오면 하이닉스의 청산가치는 채무액의 20∼25% 수준일 것으로 전망돼 불참은행의 손실은 더 커질 전망. 따라서 이들 은행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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