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자동차 2년만에 '부활'…도치기공장 르포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9시 19분


일본 닛산(日産)자동차의 도치기 공장은 카를로스 공 사장이 지휘하는 ‘닛산자동차 회생계획(NRP)’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도쿄(東京)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이 공장은 68년 알루미늄과 철로 된 자동차 주조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부지가 292만6000㎡로 닛산자동차의 4개 조립공장 중 가장 넓고 종업원 수는 5800명.

이곳에서는 닛산자동차의 최고급 모델인 프레지던트를 비롯해 시마, 인피니티Q45, 글로리아, 스카이라인 등 10여종의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기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은 이곳의 6.5㎞ 시험주행로에서는 생산 또는 개발된 자동차가 200㎞ 이상 속도로 달리거나 비포장 도로, 물기가 많은 도로 등을 지나며 각종 테스트를 받는다.

공장에 들어서면 부품조달비 등 각종 비용을 줄인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는 도표가 붙어있다.

근로자들은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것은 물론 이 공장에서만 수백명을 줄일 계획이라는 회사 방침 때문에 위축돼 있는 분위기였다. 닛산자동차에 구조조정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 처음이어서 현장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 공장의 가동률은 80% 수준. 폐쇄된 공장에서 일부 종업원과 생산라인이 옮겨와 60% 수준이던 공장가동률이 높아졌다. 조립라인을 풀가동하지 않는 것은 주문이 없는데도 차량을 마구 생산해 재고로 쌓아놓기보다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 만들어 원하는 시점에 공급하는 ‘동기(同期)생산’체제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장의 상당수 조립라인이 정지한 채로 서있어 규모에 비해 썰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공장은 한 조립라인에서 어떤 자동차 모델이나 조립할 수 있는 ‘유연조립시스템(FMS)’을 쓰고 있다. 이는 로봇을 수치제어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 모델을 조립할 수 있게 한 최신기술로 수요 변동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로 히트차종이 나오면 다른 라인에서도 3개월 내에 생산할 수 있다. 종전에는 6개월에서 1년 가량 걸렸다.

다케베 데루오(竹部 輝男) 공장장은 “시작차를 만들지 않고 컴퓨터상에서 모델차를 만들어 테스트하는 등 비용 삭감을 위해 노력중”이라며 “소비자에게 리콜(회수)당하지 않는 차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닛산자동차에 구조조정의 바람이 몰아닥친 것은 99년 3월 프랑스의 르노자동차가 주식 36.8%를 사들이면서부터였다.

카를로스 공 사장은 2000년도 연결재무제표를 흑자로 만들고 비용을 1조엔 줄이며 2002년까지 영업이익률 4.5% 달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닛산자동차 회생계획’을 그해 10월에 발표했다.

닛산자동차는 무라야마(村山)공장, 닛산차체교토공장, 아이치(愛知)기계공업공장 등 완성차 조립공장 3곳과 트레인공장 2곳을 폐쇄했다.

보유중이던 아케보노브레이크 주식을 델파이사에 파는 등 15개의 자회사를 매각했다. 비용 삭감을 위해 부품구입선을 절반 수준인 600개사로 줄이고 종업원 1만4000명을 줄였다.

공 사장은 5월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닛산은 부활했다”고 선언했다. 닛산자동차는 작년 결산에서 99년 277억엔 적자를 벗어나 사상 최대인 3310억엔의 흑자를 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닛산자동차가 비용 삭감을 통해 흑자를 냈으나 일부 계열사의 매각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도치기(일본)〓김상철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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