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채 21조 연말에 만기…기업들 초비상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36분



“98년 4·4분기에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요즘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발행할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연말을 어떻게 넘길지 캄캄합니다.”

중견기업의 S자금부장은 연말에 자금을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들어 이런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자금시장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채권시장에 1조5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고 예금보험공사 채권 1조5000억원어치의 발행을 연기했다. 채권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자 대신 자금공급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20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는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A등급 이상은 8조4000억원 정도.

반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BBB급 이하가 8조9000억원이고 은행 지원을 받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의 회사채가 3조6000억원에 이른다. 약 59.8%가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은 상황.

실제로 9월 중 BBB0등급 회사채는 만기가 돼서 현금으로 상환된 금액이 발행액보다 5015억원어치나 많았다. 8월 중에 회사채를 통해 5391억원어치를 조달했던 것에 비해 1조원 이상의 자금부담이 생긴 셈. BBB-등급과 투자부적격인 BB등급 이하 회사채도 9월 중에 각각 1320억원어치와 4934억원어치가 순상환됐다.

회사채를 순상환한 기업은 은행이나 신용금고에서 돈을 빌려오거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9월 중 CP 순발행액은 4274억원으로 8월(1조1642억원)의 3분의 1수준에 머문 데다 은행에서 대기업이 빌린 대출금은 602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10월 들어 더 심해졌다. 한은이 11일 콜금리를 현 수준(연 4.0%)에서 동결하자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에 대한 매수세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12일 연 4.85%에 마감됐다. 4일 기록했던 사상 최저치(4.34%)보다는 무려 0.51%포인트나 오른 것. AA-등급 회사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5.87%에서 6.39%로 0.5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BBB-등급과 AA-등급 사이의 수익률 격차는 7월 말 4.13%포인트에서 8월 4.17%포인트, 9월 4.19%포인트로 확대된 데 이어 10월 들어선 더 늘어나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세이에셋자산운용 김찬주 채권운용팀장은 “콜금리 동결로 인한 금리급등이 마무리돼 3년짜리 국고채 수익률은 4.6∼5.0%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 정태욱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들어 시중자금이 은행예금이나 국고채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이 더욱 어려워져 기업 자금사정이 경색된다면 실물경기 침체와 금융불안 심화라는 이중고를 다시 겪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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