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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3일 21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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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정확한 실상을 모른채 ‘경영’을 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지만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택에 기업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때 기업 문턱을 기웃대던 대학원생은 이제 어엿한 중견그룹을 이끄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부모나 친척의 물질적 도움없이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이룬 성과다.
화학발포제 제조업체인 금양의 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40·사진). 회원 950만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동창생찾기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쿨’, 토익 토플 중심의 온라인 교육업체인 YTC텔레콤, 교육용 게임 제작업체인 심스밸리 등을 거느리고 있다.
그는 졸업 후 장기신용은행 쌍용 산업증권 한신경제연구소 등에서 줄곧 기업분석 업무를 담당한 것이 경영 감각을 키운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잘되는 기업과 망하는 기업의 차이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더군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고 현장을 다녀보면 기업의 장래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외환위기 초기인 98년초 금양의 경영전략실장을 맡아 당시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던 이 회사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계사업인 사카린 제조부문을 과감하게 정리해 흑자규모를 97년 5억원에서 98년 30억원으로 늘렸다.
대주주 지분을 매입해 금양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10여개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갔다. ‘아이러브스쿨’도 출범할 때 40%의 지분을 갖고 참여했다가 경영권을 확보한 케이스.
정 부회장은 교육과 오락을 결합한 개념인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를 향후 금양의 핵심 경영테마로 정했다. “아이러브스쿨을 인프라로 삼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종합 교육 업체로 키우고 싶습니다. 동창회 사이트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수익모델도 구상해 둔 상태입니다.”
아이러브스쿨의 ‘구내식당’ 코너를 통해 식품유통업, ‘구내서점’을 통해 서적유통업, ‘양호실’을 통해 사이버 의료업으로 진출하고 이런 식으로 구인 및 구직알선과 공동구매 등에도 나서겠다는 것.
그는 “당분간 금양의 경영에 주력하면서 각 사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고 다른 회사들은 해당 분야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금양을 정밀화학과 바이오 부문에 특화된 제조업체로 키워 정보기술(IT)과 전통 제조업의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