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 한은총재 "경기회복 예상보다 늦어질듯"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32분


“예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5월 8일)

“지난달 기대보다 (경기가) 썩 좋아지는 것 같지 않다.”(6월 7일)

경기 전망에 관한 한국은행 전철환(全哲煥·사진) 총재의 말이 바뀌었다. 특히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갖은 기자회견에서 전 총재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는 않는다”는 토를 달긴 했지만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분명히 표시했다.

재경부나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콜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시점에서 나온 전 총재의 이 같은 미묘한 입장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는데 왜 물가불안을 감수하면서 금리를 인하하느냐가 한은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전 총재는 “지난달에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확률이 높다고 봤는데 지난 한달 동안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경기저점 통과 여부 역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경기회복의 자신감을 은연중 내비쳤던 데 비하면 몇 걸음 물러난 태도다.

이 같은 입장변화는 배포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은은 5월초 콜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지는 등 대내외 여건이 부분적으로 개선돼 우리 경기는 하반기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진단했었다. 그러나 이날 배포된 자료에는 ‘예단하기 매우 어려우나’ ‘대외여건이 개선되면’ 등의 구구한 전제가 붙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달에도 지난달처럼 상황이 좋지 않으면 금리인하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시각이 바뀐 건 사실”이라며 “미국의 조세감면안 등 미국 내 상황과 유가급등 등 변수가 많아 확정하기는 어려우나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전보다는 금리인하를 더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 총재는 “이달 중 정부와 같이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한 수정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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