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공연히 정부 자극"…눈총받는 전경련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6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추가 규제완화 요구가 정부의 강력한 역공에 부닥치면서 재계 내부에서 “시기와 절차면에서 무리한 요구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상의)는 집단소송제 철회와 관련, 전경련과 이견을 나타내는 등 재계가 내부적인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제각각 대정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의 박용성 회장은 4일 상의 간부회의 석상에서 전경련이 경제5단체 공동으로 집단소송제 반대 서명운동을 계획중이라는 보도와 관련, “공동서명 운동은 금시초문”이라며 “전경련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회장은 이날 경제5단체장의 긴급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회장이 이처럼 전경련의 ‘돌출행태’에 일침을 가한 것은 평소 “경제단체는 ‘왕사쿠라’라는 욕을 먹더라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라는 분석. 대한상의 이현석 이사는 “정부가 전향적으로 규제를 대폭 완화했으니 재계도 이에 화답해 개혁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삼성 LG 등 주요 그룹들도 정부와의 긴장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4대그룹의 한 임원은 “정부와 재계가 약속한 ‘5+3’ 개혁 원칙까지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기업들의 뜻과 다르다”며 “국민에게 마치 기업은 개혁에 사사건건 반대하는 집단처럼 비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두산 효성 신세계 등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받고 있는 중견그룹들도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강공 일변도로 나가는 전경련의 행태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개혁 강공에 밀려 위축됐다가 경제상황 악화를 이유로 목소리를 높였던 전경련이 너무 앞서나갔다가 덤터기를 쓴 꼴”이라며 “재계의 대표단체로 자리잡으려면 문제제기 논리와 방식을 좀더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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