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좋아요]제일모직 여수사업장 '蘭동우회'

  • 입력 2001년 5월 13일 18시 53분


제일모직 여수사업장의 ‘난 동우회’ 회원들
제일모직 여수사업장의 ‘난 동우회’ 회원들
제일모직 여수사업장에는 항상 향기가 넘친다. ‘난(蘭) 동우회’가 있어 직장이든 집에서든 향긋한 난을 가꾸기 때문이다.

따뜻한 ‘남쪽 동네’라서 난이 잘 자라고 주변에 많기도 했지만 이 동우회가 결성된 것은 유난히 난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느날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난이 화제에 올랐어요. 근데 다들 그쪽 방면에 일가견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끼리 모여 난 전시회도 가보고 난 키우는 정보도 주고받자, 그래서 시작된 거지요.”

경영지원팀장인 전덕배 초대회장(48)의 말이다. 96년 당시 초기 멤버는 20명이었고 지금은 30여명으로 불었다.

실제로 이 모임은 매달 한두 차례씩 난전시회에 가서 구경하고 좋은 난이 있으면 사오기도 한다. 회원 한 사람당 평균 20∼30분(난을 셀 때는 화분수로 계산한다)을 갖고 있다.

“난을 잘 키워 뿌리가 6개 정도로 늘면 ‘분양’을 합니다. 반으로 조심스럽게 가른 뒤 화분을 두 개로 만들어 각각 심는 거죠. 이것을 회원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때로는 비회원에게 선물하기도 합니다.” 이희철 경영지원팀 과장(38)의 말이다. 그는 2년전 회원이 된 뒤 현재 이 모임 회장직을 맡고 있다.

“난을 키우는 재미는 무엇보다 새싹과 꽃을 틔우는 것이죠. 꽃을 피게 하는 것도 기술입니다. 잘 키우면 1년에 한 번 꼴로 꽃이 피고요, 관리를 잘 못하면 2년이고 3년이고 힘들죠.”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하는지. 딱 3가지란다. 햇빛 온도 수분. 난은 원래 뿌리가 수분을 품고 있어 물을 많이 주면 썩는다. 1주일에 한 번 뿌리를 푹 적셔주는 것이 요령. 또 직사광선은 피한채 적절한 햇빛과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단다.

뭐, 말이야 쉽지 난을 한 번이라도 키워본 사람은 이처럼 어려운 작업도 없다는 것을 안다. “사실은 저도 아직 초보급이라 꽃을 별로 틔워보지 못했어요.” 이제야 진실을 털어놓는 이과장.

난이 병이 나면 난동우회는 의사역할을 한다. 회원들 가운데도 잘 키우는 사람이 따로 있어 난이 잘 안자라거나 죽으려 하면 그에게 맡긴다. 상태를 봐서 흙도 갈아주고 여러 가지 처방을 한다.

“난을 키우는 사람들은 마치 난을 자식처럼 대하죠. 외출한 뒤 돌아오면 난의 안부부터 살피고. 청초하면서도 선비같은 고고함에 푹 빠져들면 누구라도 그럴거예요.” 이과장은 직장내 ‘난 세력’을 넓히기 위해 오늘도 옆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분양받지 않을래요?”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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