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시로 자율규제기구 무의미"…공정경쟁심의위 "전원사퇴"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29분


신문공정경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용중·趙庸中·고려대 석좌교수)는 24일 모임을 갖고 “정부의 신문고시(告示) 부활 방침 때문에 위원회가 자율규제기구 역할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위원 전원이 사퇴를 결의했다.

위원회는 2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회의를 갖고 “그동안 자율규제 기구로 활동한 위원회의 기능이 없어지게 돼 위원들이 모두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런 사실을 문서로 작성해 회의 직후 신문협회에 전달했다.

공정경쟁심의위원회는 신문협회가 자율규제를 위해 설립한 최고 의결기구로 96년 8월 사회단체 대표들을 위원으로 위촉해 만들어졌다. 이 기구는 그동안 신문 공정 경쟁을 위한 자율규제 총괄 기구로 활동해왔다.

조위원장은 “정부가 자율 규제를 우선으로 하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 공정위가 신문고시를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자율 규제를 위장한 정부 개입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신문고시 제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문협회는 이 위원회의 존치 여부를 결정해야 하게 됐다. 이날 회의에는 조위원장을 비롯해 차배근(車培根·서울대교수) 언론학회장, 정광모(鄭光謨) 소비자단체연합회장, 김영용(金英鎔·한국경제신문 사장) 신문협회 대표, 강하구(姜河求·동아일보 판매국장) 신문판매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조용중위원장 "고시부활은 자율 위장한 정부 개입"▼

조용중(趙庸中) 신문공정경쟁심의위원장은 사퇴 직후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신문고시(告示) 부활은 자율을 가장한 정부 개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왜 사퇴 결정을 내렸나.

“더 이상 자율기구로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신문고시가 만들어지면 자율성이 유지될 수 없다. 심의위원회가 자율기구로 활동할 명분도, 필요성도 없다고 위원들이 공감했다.”

―정부는 자율규제를 우선 하고 안될 경우 고시 적용을 한다고 했는데….

“신문고시 테두리를 정부가 만들고 여기에 따라 자율 규약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진정한 자율 규제인가. 자율 규약은 신문사들이 알아서 만드는 것이지 정부가 지침을 내려주어서는 곤란하다.”

―위원회가 없어지는가.

“위원 사퇴와 조직 해체는 다른 문제다. 신문고시가 부활되는 상황에선 이 조직의 기능과 역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직 존치 여부는 신문협회에서 최종 결정할 일이다.”

―신문고시 제정과정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가.

“무가지(無價紙) 비율 등 여러 의견을 냈다. 하지만 공정위는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 공정위가 의견 수렴을 제대로 않고 일방적으로 고시안을 만들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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