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은행은 23일 오전 서울 롯데호텔에서 합병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금융노조의 반발과 주택은행 이사회가 합병계약서 내용을 변경함에 따라 최종합의에 실패했다.
▼관련기사▼ |
- [계약 연기이유]주도권 잡기…양보없는 '기싸움' |
이날 국민은행은 합병추진위원회가 마련한 계약서에 동의했으나 주택은행은 "양 은행은 합추위가 심의 조정한 사항을 존중하고 이를 실행키로 한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는 향후 합병작업과정에서 발생할 중요사안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제3자인 합추위에 넘길 수 없다는 의미로 사실상 합추위를 부정한 셈이다.
합병계약은 양쪽이 모두 동일한 계약서에 서명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국민은행은 주택은행의 결의에 강력반발했지만 합병추진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두 은행은 오전 이사회 결의내용을 모두 취소하고 새로운 합의문안을 작성, 서면결의하기로 했다.
두 은행은 일단 합병비율은 국민은행 1.688346주와 신설은행 1주, 주택은행 1주와 신설은행 1주와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신설은행 납입자본금은 1조7020억원(발행주식수 3억4000만주)으로 결정됐다.
한편 금융노조는 "정부의 강압에 의해 진행되는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투쟁방법을 동원하겠다"며 한동안 합병조인식장을 점거했다.
<김두영기자>nirvava1@donga.com
▼김대통령 "노조 경영간섭땐 회사-노조 모두 망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3일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는 것은 기업이 망하는 길이고 기업이 망하면 노조도 망한다"며 "기업이 노사문제와 관련해 고비만 넘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타협할 때는 은행(금융)이 이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유시열(柳時烈) 은행연합회장과 22개 시중 은행장, 외국은행 국내지점장 등 은행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금융이 바로서야 기업이 바로서며, 노사관계도 그래야 바로 설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2월 말로 정부 주도 4대 개혁은 마무리된 만큼 이제는 정부가 졌던 짐을 은행이 지고 상시개혁을 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은행은 합병 등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핵심 역량을 집중해 전문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