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민간위탁, 작년 투자액 30% 날려

  • 입력 2001년 4월 23일 18시 26분


‘눈덩이 손해에 늘어난 수수료.’

국민연금이 ‘투자프로’인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긴 지난 1년간의 투자성적표다.

국민연금이 23일 밝힌 ‘2000년도 민간위탁투자 시범사업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29일부터 1년 동안 민간 자산운용사에 맡겨 운용한 결과 전체 투자액 2000억원 중 601억3000만원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은 커녕 손실률이 무려 30.73%에 달한 것. 이런 성적은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해 거둔 수익률 ―30.09%보다 오히려 더 못한 성적이다.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중 2조6299억원을 주식에 투자해 7905억원의 손해를 봤다.

국민연금 돈을 받아 대신 투자해 준 곳은 삼성투신운용과 LG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젠트자산운용 등 모두 4곳.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에게 맡겼으나 침체증시의 불똥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LG투신운용의 경우 펀드매니저를 자꾸 바꾸는 바람에 ―36.28%의 투자손실을 기록해 가장 성과가 나쁜 운용회사로 꼽혔다.

이처럼 투신사들의 투자수익이 낮은 이유를 증시상황 탓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수수료는 위탁투자한 쪽이 직접투자한 것보다 무려 9배 이상 많아 운용회사들이 ‘눈먼돈’ 빼먹기에 바빴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은 이들 운용사에 투자금액의 1.54%나 되는 돈을 수수료로 줬다. 이는 직접투자 때 든 비용인 0.17%보다 9배 이상이나 많은 것이다. 국민연금측은 “민간 운용회사에 돈을 맡긴 것은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것인데도 별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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