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기업 비상경영 선언 "경제 심상찮다"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31분


나라 안팎의 경제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대기업들이 잇달아 허리띠를 바짝 조이는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설비투자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연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포항제철 SK㈜ 대한항공 등 다른 기업들도 꼭 필요하지 않은 비용을 줄이는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재계는 올 1·4분기(1∼3월)중 기업들의 순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0% 이상 줄어든 점을 들어 ‘투자축소 비용절감’ 분위기가 전 업종에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투자 몸사리기’의 부작용을 걱정하기도 한다.

▽유행처럼 번지는 투자축소〓삼성전자 삼성SDI 포철 등 우량 기업들이 투자축소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6조원의 흑자를 낸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당초의 7조3000억원보다 1조∼2조원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측은 “반도체 가격이 약세이므로 충남 온양에 짓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라인설치 시기를 8월에서 내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포항제철은 2조4000억원으로 책정한 올해 투자비를 2조원으로 줄이고 순이익 목표치도 1조2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낮추는 비상경영 계획안을 마련했다. 포철은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부채 3억3000만달러를 서둘러 갚기로 했다.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들도 사업계획을 수정해 올해 투자를 20% 가량 줄일 방침이다. SK㈜는 투자예정 금액 6300억원 중 설비투자분 1800억원을 설비보수 쪽으로 돌리고 1000억원 규모의 벤처기업 투자 계획도 시장상황을 봐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원가 절감, 수출에 총력〓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고전 중인 아남반도체는 소모품 부품 등을 국산으로 대체해 원가를 절감하는 한편 유휴장비를 꾸준히 처분해 나가기로 했다.

환율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대한항공은 서울∼보스턴 노선 등 적자 노선을 감편 운항하는 데 이어 위기관리팀을 사장 직속으로 구성해 환(換)관리에 힘쓰고 있다.

LG 구본무 회장은 임원 세미나에서 “경제여건이 워낙 나빠 돌파구를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며 계열사 사장들이 수출 전선에 직접 나서라고 독려했다. 포철은 전력용수비, 통신비, 소모품비, 접대비 등 1조원에 이르는 일반 관리비도 크게 줄일 방침이다. 삼성SDI는 ‘비용을 지출할 때 세번 생각하고 꼭 필요하다면 30%를 줄이되 효과만큼은 300%’라는 구호와 함께 3000억원의 원가절감에 나섰다.

<박원재·김동원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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