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1조4000억원, 채권단 출자전환키로

  • 입력 2001년 3월 28일 17시 11분


정부와 채권단은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돼 위기에 몰려 있는 현대건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조9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 중 1조4000억원은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지원된다.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은행단은 29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현대건설 처리방안을 확정키로 했다.

또 4월 중순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4000억원 상당의 대출금은 외환 한빛은행 등 8개 금융기관이 안아주기로 하고 6월 이후에 돌아오는 회사채도 산업은행이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인수해주기로 했다.

채권단은 이같이 대대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면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등 현 경영진을 퇴진시키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을 현대건설 이사회 회장으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채권단대표로 구성된 공동자금관리단도 현대건설에 파견키로 했다.

정부는 이에 앞서 28일 오전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 오장섭(吳長燮)건설교통부장관 이기호(李起浩)대통령경제수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경제장관간담회를 열어 현대건설 처리문제 및 후속대책을 협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현실적으로 현대건설의 출자전환이 국민경제에 미칠 파장이 가장 적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장들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만나 현대건설 처리방안을 협의해 확정할 예정이다. 외환은행 이연수(李沿洙)부행장은 “채권단의 75% 이상의 찬성을 얻는 안이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정기홍(鄭基鴻)부원장은 이와 관련,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해외공사 지체보상금 등 일시적으로 현대건설에 요구되는 자금만 40억달러에 이른다”며 선(先)법정관리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현대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약 2조9800억원에 이른다며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제시했다. 현대전자는 2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으나 감사의견은 ‘적정’으로 분류했다.

<권순활·홍찬선·이훈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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