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 '정주영' 상세보도]아사히 "한국경제 큰 손실"

  • 입력 2001년 3월 22일 18시 30분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 언론은 21일과 22일 정주영(鄭周永)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사망소식을 그의 업적과 현대그룹 및 대북사업의 전망 등을 곁들여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2일 정 전명예회장의 창업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한국 재계인사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채산성과 관계없이 금강산관광사업을 시작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대부분의 신문들도 해설과 전망기사까지 곁들여 상세히 보도했다.

후지무라 마사야(藤村正哉)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한국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그분이 돌아가신 것은 큰 손실”이라며 “일본 경제계도 정 전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남북화해가 진전되고 아시아 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지는 21일 전자신문 국제면에서 정 전명예회장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진로가 불투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가 일궈낸 현대그룹이 최근 금융위기를 겪고 있으며 현대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 신문은 현대의 금융위기는 북한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현대의 후계구도를 자세히 보도하면서 현대그룹의 해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특히 정 전명예회장의 5남인 정몽헌 회장이 맡고 있는 회사들이 과투자와 과도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가 3000억원에 달하는 정 전명예회장 사재 대부분을 물려받아 부채 일부를 청산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말을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신속하게 중국어와 영문으로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현대그룹의 발전사는 한국경제 발전사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이 통신은 “정 전명예회장은 1989년 정치관계 및 교역증진을 위해 북한을 찾은 첫 한국기업인”이라며 “그가 북한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시작함에 따라 남북한 민간경제 교류와 협력이 가속화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관영신문들은 신화통신의 보도를 받아 소식을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22일 정 전명예회장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그는 한국 경제 기적의 장본인이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는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했지만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었으며 항상 새로운 도전에 나서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무역과 원조, 투자를 통한 남북통일이란 또 다른 꿈을 추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외신종합>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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