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병원의 '조강지처' 변중석씨

  • 입력 2001년 3월 22일 01시 22분


고희를 맞은 1985년 부인과 함께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정주영 전명예회장
고희를 맞은 1985년 부인과 함께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정주영 전명예회장
남편을 떠나 보낸 날, 고 정주영 전명예회장의 부인 변중석(邊仲錫·80)씨도 같은 서울 중앙병원에 있었다.

그는 비록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남편의 별세를 알고 있는 듯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변씨는 90년부터 협심증으로 장기 입원을 해왔으며 이 때문에 92년 정회장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선거운동을 하지 못했다. 한때는 의식을 잃은 적도 있어 주변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다. 이 때문에 가족들과 현대가에서는 변씨가 먼저 세상을 뜰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해왔다는 것. 정 전명예회장은 지난해까지도 변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중앙병원 특실에 자주 들러 부인의 병세를 살피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나 정 전명예회장이 급격히 쇠약해진 지난해부터 오히려 변씨는 기력을 회복했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최근엔 지인들의 부축을 받아 산책하기도 했으며 의식도 또렷해 가족들의 상황도 알고 있는 듯하다고.

변씨는 재계에서 조강지처(糟糠之妻)의 표본으로 유명하다. 열여섯 살에 강원 통천 같은 고향의 여섯 살 연상이던 정 전명예회장과 혼인해 64년 동안 조용하게 내조를 해온 변씨는 지극히 평범한 한국적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현대 여성으로서는 참기 어려운 고비도 여러 번 있었으나 변씨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아 자식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 전명예회장은 사석에서 “내가 돈을 많이 번 것은 집사람 덕분”이라며 아무 불평 없이 집안을 꾸려온 아내 덕분에 걱정 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조강지처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남편을 먼저 보낸 듯하다”고 말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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