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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1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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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기 성남시 삼성생명연수원에서 열린 ‘금융기관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이 자리에서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 발언을 이같이 요약했다.
진부총리는 이날 국내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소극적인 대출행태를 질타하고 적극적인 자금공급 기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진부총리는 미국 씨티은행이 현대전자의 신디케이트론을 주도한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가 외국 금융기관보다 잘 알고 제대로 분석했어야 하는 국내 기업에 대해 금융기관으로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인들이 수익성있는 대출처를 찾기보다는 현재의 경영에 안주하고 자리보전과 제몫챙기기에만 신경쓰면 사회 공기로서의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도 “금융회사가 무작정 여신을 중단하면 그 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우량한 다른 기업고객이 연쇄 부도를 맞는 부메랑 현상에 봉착할 수 있다”며 “안정성 일변도는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증권사들이 정보기술(IT) 부문 업무제휴 등으로 비용을 줄여가면서 투자은행 업무를 병행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 ‘리딩증권사’가 조속히 출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서 타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켜 있었던 증권업계에도 구조개편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병주 서강대교수는 연찬회에서 정부의 관치금융행태를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받았다.
“금융당국이 문서없이 전화로 이것저것 지시하는 바람에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장실에 녹음기를 설치해 그런 내용을 녹음해버려라. 98년 통합감독기구를 만드는데 참여했지만 만들고 나니 프랑켄슈타인이 돼버렸다”는 발언을 한 것.
그는 또 “정부가 국민은행 6%, 주택은행 13%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지금 주가가 높을 때 처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실행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은행에 압력을 행사할 도구로 여기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