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前수석 "금융지주사 설립 등 실패한 일본정책 흉내"

  • 입력 2001년 2월 16일 23시 04분


김종인(金鍾仁)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다시 한번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수석은 16일 부산에서 열린 ‘인터넷기업 전국 네트워크 21’ 행사에 참석해 “변명이나 호도로는 경제위기를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지주회사 설립이나 은행합병은 과거 일본이 실패한 정책을 흉내낸 것”이라며 “정책당국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과거수준에서 못 벗어났다”고 꼬집었다.

김 전수석은 현 경제상황과 관련,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한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책당국자들이 지금이라도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솔직히 얘기하고 정책운용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란 이후 공적자금 109조원을 쏟아부은 데다 또 40조∼60조원을 넣어도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김 전수석은 “현 경제팀의 위기인식이 늦어 번번이 실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기업들이 먼저 느끼고 언론이 가세한 뒤에야 정책당국자들이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구조조정도 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개별 기업처리에 집착하다보면 경제는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전수석의 주장이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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