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마트 황경규 대표 '한국형 할인점의 대부'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8시 38분


“이마트를 오래된 기업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창동점이 처음 문을 연지 7년 밖에 안됐는데…. 그만큼 생활에 밀접하게 접근했다는 뜻이겠죠.”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부문 CEO 황경규(黃慶圭) 대표는 유통업계에서 ‘한국형 할인점’의 대부로 통한다. 96년 이마트를 맡아 4개 뿐이던 점포를 27개로 늘리고 매출 3조원에 이르는 거대업체로 키워낸 주인공.

“틈만나면 이마트와 다른 업체의 할인점들을 둘러봅니다. 주말에 집사람과 이마트에 가서 혼자 쇼핑하게 놔두고 일만 하다 몇 번 잔소리도 들었죠. 고객의 입장에서 조언해주는 아내의 말이 큰 도움이 되지요.”

황대표가 매장에 자주 나가는 이유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읽기 위한 것. 유통업체 최고의 경쟁력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라는 것이 황대표의 지론이다. “이마트도 처음에는 미국식 ‘창고형 매장’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맞지 않았어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진열방식을 깔끔하게 바꾸고 낱개판매를 하는 ‘한국형 할인점’이었기 때문에 이마트가 이만큼 클 수 있었습니다. ”

‘스탠다드 스피디 심플’의 머릿글자를 딴 ‘3S’가 황대표의 업무처리 원칙이다.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져야 잘못된 걸 쉽게 발견해서 고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은 빨라야 하고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은 간단해야 쓸데없는 낭비를 줄일 수 있죠.”이런 원칙 때문에 이마트는 구조조정이 필요없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외국계 할인점들의 ‘대공세’에 대해 황대표는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이미 어떤 외국계 유통업체와 비교해도 경쟁력있는 원가절감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탓에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제품회전율이 다른 업체의 갑절수준이고 재고도 반밖에 안됩니다. ”

이런 이유로 최근 이마트는 미국 할인점 진입을 앞둔 일본의 유통업체들의 ‘벤치 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여러차례 일본 언론에 ‘집중탐구’돼 일본의 유통업계에서 황대표는 유명인사.

12월 중순에는 신세계I&C와 공동으로 전자상거래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어떤 인터넷 쇼핑몰보다도 다양한 상품을 할인점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쇼핑몰이 될 겁니다. 전국에 이마트 매장이 있기 때문에 물류에도 훨씬 강점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유통의 최강자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황대표의 경영철학은‘공감(共感)경영’. “처음에는 다소 일이 더디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충분히 공감대를 이룬 뒤 일을 시작하자는 겁니다. 그만큼 실행단계에서 거침없이 일을 추진해갈 수 있기 때문이죠.”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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