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줄고…업체는 늘고…건설업계 '아우성'

  • 입력 2000년 11월 22일 18시 56분


난립중인 건설업체들이 골칫거리다. 건설업체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자 엄청나게 늘어났다.

최근 몇 년간 건설 공사량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 그런데도 업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억원짜리 작은 지방 공사 1건에도 100∼200개 업체가 달라붙는 것이 보통이다. 업체들은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경쟁적으로 저가 입찰에 나서고 있어 어려움을 부추기고 있다. 전국 100대 기업에 속하는 업체들도 1년에 공사 1건 수주하기가 어려워 개점 휴업 상태에 있다. ‘건설업계의 외환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아우성이 나오는 실정.

이 달 초 서울지방조달청이 발주한 한강 선유도 공원조성 공사에는 120개 업체가 몰렸고 지난달 4억원짜리 충남 공주문화대학 부지 확장 공사에는 302개 지방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감리업체의 경우 우선 낙찰되고 보자는 심정에서 1원에 입찰하는 경우도 있다. 만일 낙찰되면 다른 연계 공사를 수주해 적자를 만회해볼 요량인 것.

▽업체수 얼마나 늘어났나〓대한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공공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일반 건설업체 수는 97년 3900개에서 올 10월말 현재 6882개로 76%가 늘어났다. 상하수도 철근 등 부분 공사를 맡아 하는 전문 건설업체수도 97년 2만3925개에서 3만1643개사로 크게 늘어났다.

국내 전체 공사 수주량이 97년 80조원에서 올해 43조원으로 절반 가까이 준 것을 생각하면 경쟁률이 4배 가까이 높아진 셈이다. 이 때문에 일반 건설업체들의 평균 수주액은 97년 192억원에서 올해 91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평균 낙찰가는 예정가격의 73% 수준으로 공사 원가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정부 대책〓건교부는 지난해 규제개혁 차원에서 건설회사 설립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었다. 그 후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자 내년 말까지 일반 건설업체 6800여개사 중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2500개사를 등록말소 영업정지처분 등을 통해 퇴출시킬 방침이다. 또한 50억원 미만의 지방 공공 공사는 해당 지역 업체가 수주하도록 하는 ‘지역제한 입찰제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당초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은 사무실도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다니는 이른바 ‘휴대전화 컴퍼니’ 등 유령 회사들을 없애고 외형적인 경쟁률을 줄이는 외에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는 등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은 쓰지 않을 것이며 시장 원리에 의한 건설업계 자체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