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서산농장 위탁매각 선회]매각 서둘러 자금 조기확보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02분


현대건설이 자구계획의 핵심방안으로 떠오른 서산농장 매각을 일반인 대상의 공개매각 방식에서 한국토지공사를 통한 위탁판매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농장 매각방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면서 자구에 필요한 자금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왜 바뀌었나〓지금까지 현대가 가장 많은 공을 들여온 매각방식은 일반공개 매각. 현대가 6일 매각의사를 밝힌 이후 11일까지 전화나 팩스, 직접 방문을 통해 2000여명의 신청자가 누계면적 10억평 이상을 매입하겠다는 신청서를 접수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현대는 18일까지 신청자를 접수하는 한편 매각대금을 담보로 하는 채권 3000억원어치 정도를 발행, 조기에 현금을 확보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지매각이나 채권발행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발목을 붙잡았다. 감정평가와 등기이전 절차 등에 필요한 최소 3∼6개월 이상이, 채권은 신용평가기관 등의 실사를 거쳐야 하므로 1개월 이상이 각각 소요돼 긴박한 자금난 해소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여기에 농림부가 서산농장은 농지법상 농업진흥지역이므로 매입하려는 일반인은 일정 기준의 농지취득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제동을 건 것도 위탁매매로 선회하게 한 요인이 됐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일반매각에 참여하기 위해 매입의사를 밝힌 신청자 접수는 계속하며 신청자에 대해 우선 청약권을 부여하도록 토지공사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탁매각 어떻게 진행되나〓토공이 현대건설을 대신해 일정 요율(매각대금의 1.0∼1.7%)의 수수료를 받고 현장조사와 매각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토지를 팔아주게 된다(표 참조). 이 과정에서 토공은 서산농장 매각대금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선수금 명목으로 우선 지원키로 현대측과 합의했다.

토공 관계자는 “매매가는 현대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지만 팔릴 만한 가격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이 남아 있으므로 선수금은 공시지가(3612억원)의 75%인 27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공은 이 자금은 주택은행 등을 통해 확보할 예정. 현대로서는 이를 통해 조기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고 매각이 장기화하는 데 따른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문제는 매각작업이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부담을 우려한 토공이 현대의 기대보다 낮은 매매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여기에 토공이 선수금 지급과 관련해 금융감독위 등에 보증을 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감위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위탁판매 계약 타결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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