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기자 생생리포트]인천지역 대우차부도 충격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대우자동차의 최종 부도가 확정되면서 인천 경제에는 먹구름이 뒤덮였다. 좌절과 절망, 한숨, 눈물…. 날벼락 그 자체였다.

인천지역 주민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 자동차를 꿈꾸던 거대한 회사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허망하게 망할 수 있느냐”며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은 대우차 부평공장과 280여개 협력업체들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2만7000여명이 대우차 관련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는 인천 제조업 총 근로자수 21만명의 11%를 차지하는 수치로 그만큼 대우차는 인천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조립1부 근로자 최모씨(37)는 “그동안 차 팔고 대출받아 생활해왔는데 앞날이 걱정”이라며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김모씨(33)는 “그동안 두 달분 월급과 상여금 2회분을 받지 못하고 마이너스 통장도 바닥나 이젠 애들 분유값도 없다”며 “그러나 밀린 월급보다 막힌 미래가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부도 여파는 대우자동차 협력업체가 몰려 있는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에도 밀어닥쳤다. 현재까지 협력업체의 부도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부도 난 어음을 할인하지 못하는 협력업체의 연쇄 부도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우 납품이 30% 이상 되는 업체가 당장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기 때문에 남동공단의 타격이 가장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항 역시 평택항 건설로 자동차 수출 물량 절반이 평택항으로 이전하는데다 대우자동차 수출이 급감해 자동차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에 기대어 영업해 온 인천 부평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평구 청천동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김일수씨(57)는 “그동안 매출이 30% 이상 줄어도 언젠가 나아질 줄 알았는데 대우차 부도로 충격이 크다”며 “우리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 파문이 일면서 그동안 대우차 팔아주기운동 등을 펼쳐 온 ‘대우차 살리기 운동본부’ 측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시는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대우차 협력업체에 250억원의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으나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이수찬(가천의대 동인천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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