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하청-협력社 연쇄도산 공포…퇴출11개社 어음 휴지조각

  • 입력 2000년 11월 7일 18시 25분


최근 11개 대형 건설업체가 퇴출되면서 하청업체나 협력업체들이 연쇄 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7일 건설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이들 11개 회사는 1260개 협력업체와 1조1650억원의 공사 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공사가 끝나 하도급 대금으로 지급한 7000억원 가량의 진성어음이 휴지 조각이 되면서 줄 도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금으로 받은 어음이 유통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할인받은 어음들까지 협력업체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

앞으로도 동아건설 등 법정관리에 들어갈 기업은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협력업체들에 대금을 줄 수도 없다. 우성 신화 등 청산되는 회사의 하청업체들은 덩치 큰 채권자들에 밀려 이삭조차 줍기 힘들다. 더구나 대형 건설업체가 부도나면 건설공제조합이 지급 보증을 해주도록 되어 있으나 이번에 퇴출되는 11개 업체들 대부분이 지급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건설의 협력업체인 도장(塗裝) 전문업체 W사의 J 사장(40)은 연간 매출액 20여억원인 우리 회사가 동아건설로부터 받은 8억원 어치 어음이 휴지가 됐다 며 자재값도 줘야 하고 직원들 지난달 월급도 밀렸는데 어떻게 구할지 모르겠다 고 한숨지었다.

동아건설의 500개 협력업체들은 6일 채권단협의회를 구성해 밀린 대금 지불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소업체들의 모임인 대한전문건설협회는 공적 자금이라도 투입해 하도급 대금으로 지급한 진성어음 만큼은 해결해줘야 한다 고 탄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할인된 어음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일반 대출로 전환해주도록 하고 협력업체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특례보증 한도를 회사당 2억원으로 늘려주는 등 하도급업체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한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실제 은행들은 퇴출 회사의 어음을 외면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들과 거래가 많은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또 회사당 2억원의 지급 보증으로는 당장 되돌아오는 어음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중소 건설업계의 연쇄 부도와 대량 실업 사태가 불가피하고 건설업 기반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 며 정부의 특별 조치를 요구했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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