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 무더기 퇴출로 5만가구 입주 6개월 지연

  • 입력 2000년 11월 5일 19시 15분


14개 건설업체의 퇴출 및 법정관리 결정에 따라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이행에 비상이 걸렸다.

8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떠 안아야 하는데다 한꺼번에 부도 사업장이 몰려 분양보증 이행 업무가 마비될 위기를 맞고 있다.

분양보증 이행은 부도 업체 대신 중단된 아파트 공사를 마무리하는 입주예정자 보호의 최후 보루다.

이 때문에 대한주택보증의 위기는 입주 지연 장기화 등 바로 일반인 피해로 이어져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우려를 낳고 있다.

▽손실 눈덩이〓이번 건설업계 퇴출 및 법정관리 결정으로 인한 대한주택보증의 손실 추정액은 6824억원.

동아건설 부도로 날린 금액만 13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다 현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2000억원선의 추가 손실이 발생해 대한주택보증의 손실은 9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같은 금액은 삼일회계법인이 올 6월 대한주택보증에 대한 실사에서 나타난 손실률(분양보증금액의 4.47%, 기타보증금액의 15.2%, 융자금의 73%)을 적용한 것이다.

대한주택보증은 이번 사태 이전에도 극도로 부실한 상태였다. 부채가 올 초보다 3000억원 늘어난 1조8000억원에 이르고 올해 적자만 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체에 빌려준 융자금 2조4000억원 중 1조2517억원이 실제 회수 불가능한 상황. 이번 부실기업 퇴출에 따른 추가 손실로 99년 말 7217억원이던 자본금은 전액 잠식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대한주택보증의 수입은 2000억원(99년 1851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외부의 지원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입주지연 장기화 우려〓우선 11개 부실 건설업체가 짓던 아파트 3만2179가구의 입주지연이 우려된다. 대한주택보증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 기존 부도 현장 11만8410가구도 입주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대한주택보증은 부도 사업장 공사 진행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한다. 현재 부도 현장 공사를 위해 갖고 있는 자체 자금은 500억원 수준. 여기에다 은행 대출과 완공 현장의 분양금 등으로 기존 부도 현장을 겨우 감당하고 있다.

이상훈 보증이행부장은 “이번 사태로 자금 유동성이 극도로 나빠졌다”며 “8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5만 가구 이상의 입주가 6개월 이상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부도 사업장이 대거 발생해 현장 실사 등 업무량이 폭증한 것도 입주지연의 요인이 될 전망이다.

▽대책 없어〓대한주택보증은 정부의 자금 지원 외에 다른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실의 골이 깊어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인공호흡’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사업별로 금융기관이 사업성을 분석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활성화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방안은 될 수 없다.

<신연수·이은우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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