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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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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그에 대한 호감이 더 커지는 것처럼 주식투자자들은 전날(31일)의 주가반등을 이날 확인해 주가 폭등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저점매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골자는 ‘가속도가 붙은 구조조정과 정부의 힘에 베팅하라’는 것.
숱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는 구조조정 일정을 무난히 넘길 수만 있다면 지금이 바닥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구조조정 이후까지를 시야에 넣고 있는 중장기투자자들로서는 요즘이 저점매수를 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라고 볼 수 있다.
증권가 스트래티지스트(투자전략가)들은 구조조정 과정을 커다란 돌발악재 없이 그럭저럭 넘길 수만 있다면 500선 안팎이 바닥권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바닥’은 아니라고 본다. 정작 이제부터가 지뢰밭이요 살얼음판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저점매수의 타이밍에 대한 판단은 다소 엇갈린다.
SK증권 현정환 선임연구원은 “추세 반전은 몇 번의 반등과 반락을 거친 뒤 구조조정의 성패에 대한 판단이 내려질 때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저점매수에 들어갈 수도 있으나 이 경우 추가조정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 움직임과 개별종목 주가 움직임은 다르다. 결국 지금 들어갈지, 아니면 좀더 기다릴지는 결국 종목별 주가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라는 얘기가 된다.
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훨씬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안개가 걷혔다고 길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고 본다. 요컨대 중장기 관점에서 구조조정 이후를 상상하기보다는 그나마 예측하기 쉬운 중단기 흐름을 보고 그때 그때 적합한 투자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 그는 돌발악재나 돌발호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수가 중단기적으로 450∼62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배트를 짧게 쥐고 단타 승부를 하라’고 권했다.
어떻든 저점매수를 한다면 어떤 종목이 좋을까. 옐로칩(중형우량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주는 아직도 폭풍우(반도체 가격, 미국 반도체주 주가 등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의 영향권) 속에 있고 중소형주는 최근까지 이어진 순환매 장세에서 한번씩은 돌아가면서 주가 분출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은 “자금사정이 안 좋았지만 기업 퇴출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이 단연 가장 좋은 시세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