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톱]아이디스 김영달 사장, DVR명성 시드니서도 과시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46분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 참석한 세계인의 얼굴, 우리가 잡았습니다.”

벤처기업 아이디스(www.idis.co.kr)의 김영달 사장(32). 정진호박사(33) 류병순박사(30)등 카이스트 출신 공학박사들이 모여 대전의 대덕 연구단지에 97년 9월 세운 ‘카이스트표 벤처’의 대표다.

전공분야는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 기술을 기초로 한 디지털 화상감시 시스템 및 원격보안시스템. DVR은 CCTV로부터 들어오는 영상을 디지털로 변환 처리해 하드디스크나 광자기 디스크 등에 저장하는 차세대 CCTV 영상감시장치다.

“처음에 ‘시큐리티’사업을 한다고 할 때 교수님들한테 야단 많이 맞았습니다. 공부도 할만큼 한 ‘똘똘한 놈’들 여럿이 모여서 벌이는 사업이 겨우 그거냐고요. 그때 그렇게 반박했습니다. ‘이것도 제대로 하려면 인력이 부족합니다’라고….”

CCTV 분야는 새로운 시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사장과 동료들이 ‘역발상’으로 간파한 미래는 거기에 있었다. “남들이 ‘사이버 월드’만 쳐다볼 때 우리는 반대로 ‘리얼 월드’로 눈을 돌린 겁니다. 보안시장이 비디오테이프에서 디지털기록방식으로 재편되는 타이밍을 노렸던 거죠. ”

먼저 본 만큼 앞서갔다. 98년 7월 지능형 원격보안시스템을 선보이자마자 삼성계열 보안업체 S1, 네트워크전문업체 콤텍시스템 등이 적극적으로 접근해왔다. 길어도 하루면 테이프를 교체해야 하는 VCR 시스템과 달리 2,3달 분량을 훨씬 또렷하게 기억해주고 먼거리서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보안장치의 장점을 인정받은 것.

“신한은행 국민은행 현대증권 등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에 새로 설치되는 CCTV장치의 상당부분이 저희 업체 제품입니다. 영종도 국제공항과 삼성동 아셈타워, 강원 태백시의 강원랜드 카지노에도 설치됐죠.”

창업 3년만에 해외에서 얻어낸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와 유니버설스튜디오, 시드니의 올림픽 주경기장과 오페라 하우스에도 아이디스의 DVR이 설치됐다. 지난달에는 웬디스, 데니스 등 대형 레스토랑 체인과 계약을 맺어 보안을 대신하는 미국기업 VDO스토리지닷컴과 2500만달러(약 280억원)의 수출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는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 보안분야와 경쟁을 벌인 끝에 일본 최대의 종합택배업체인 사카와규빈사의 물류센터에 설치되는 보안시스템으로 채택됐다. 5개월간의 공개테스트 끝에 일궈낸 승리였다. 계약액 1500만달러(약 170억원)으로 2년간 3300개 물류센터에 DVR을 설치하게 된다고. ‘벤처 거품’의 위기감도 이쯤되면 남의 얘기인 셈.

자본금 5000만원으로 8평짜리 연구실을 빌려 시작했던 회사가 지금은 500평규모 매출목표 140억원으로 성장했다. 전직원 60명에 연구인력만 26명. 내년 코스닥 등록 예정이다. 그렇다면 돈은 좀 벌었을까.

“시작할 때 목표가 세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 모두 10억대 부자로 만들어주자. 아직은 못했습니다. 두번째는 ‘아이디스’라는 이름과 기술력을 이 분야에서는 세계인이 알게 하자. 조금 이릅니다. 마지막 하나는 일하면서 함께 행복해지자는 겁니다. 그건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습니다.” 02―561―9100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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