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워크아웃 '삐그덕'…신규자금 3000억 지원요청

  •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39분


굴지의 건설업체 동아건설에 대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서울은행 등 동아건설 16개 채권금융기관은 26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동아건설이 요청한 신규 운영자금 지원 안건을 논의했으나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동아건설의 요청자료를 정밀 검증한 뒤 조만간 전체 협의회를 열어 지원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동아건설의 주장〓동아건설은 국세청의 세금추징, 성수대교 사고에 대한 서울시의 구상권행사, 건설공제조합 추가출자 및 운영자금 등으로 30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또 금융권 차입금 3조4000억원 중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 1조8000억원을 제외한 1조6000억원에 대한 금리를 연 3%로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

일시적 자금부족이니 만큼 이 정도의 채무재조정이 이뤄지고 워크아웃 계획을 확정, 신인도를 회복한다면 2002년까지는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것.

이 회사 경영기획팀 박성주부부장은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결의해 놓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양해각서(MOU)도 맺지 않아 신뢰가 생명인 건설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며 채권단의 무성의를 탓했다.

▽채권단 입장〓추가 자금지원으로 동아건설이 살아날 수 있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경기의 침체로 공사수주도, 주택분양도 예전같지 않다는 것.

그런데도 워크아웃 적용 초기 1600억원을 지원한 것도 모자라 다시 손을 벌리는 것은 리비아 대수로공사 등 대형 해외사업을 볼모로 배짱을 부리는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게 채권단의 분위기.

금융권에서는 우방은 (대구)지역 정서, 동아건설은 해외에 미치는 이미지, 미주실업은 박상희(朴相熙)의원이 사주라는 점 때문에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줬다 는 말도 나오고 있는 형편.

채권단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고려할 때 동아건설이 판단착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대한통운 빚보증도 난제〓우량 운송업체인 대한통운이 동아건설에 빚보증 선 7000억원에 대한 처리 역시 어려운 과제다. 동아건설 채권단과 대한통운은 수차례 지급보증 해소를 논의했으나 견해차가 커 수평선을 달리고 있다.

채권단안은 7000억원 중 1500억원에 대해서는 주식 3000만주로 출자전환하고, 5500억원은 탕감해주겠다는 것.

그러나 대한통운측은 동아건설을 제쳐두고 우리에게 채권을 우선 회수하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동아건설 리비아 공사대금 1조원이 들어오면 이 부분에 대한 지급보증 3600억원은 자연 소멸된다 며 버티고 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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