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위기극복 8대제언']"구조조정 연내 마무리를"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09분


재계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8대 제안을 제시했다. 재계는 또 그룹간 중복사업을 업계 자율로 조정하는 자율 빅딜을 추진해 나가기로 원칙 합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김각중(金珏中)회장 주재로 긴급 회장단회의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으고 경제난국 타개에 재계가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상당기간 중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나오지 않던 삼성과 LG에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참가하는 등 범재계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앞으로 재계의 본격적인 제목소리 내기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재계는 특히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의 연내 마무리와 경제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 주목된다.

▽이례적인 긴급 간담회〓전경련 회장단이 긴급 간담회를 가진 것은 올 2월 김각중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22일 일본 방문에 동행하는 김회장이 경제위기론에 대한 재계의 시각과 대안을 전달하기에 앞서 주요 그룹의 견해를 청취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계의 여론을 주도하는 ‘실세’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 지금까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 정례 회장단회의가 열리면 단골멤버인 손길승(孫吉丞)SK회장 외에 4대그룹 중 삼성 현대 LG측은 참석한 적이 별로 없었다. 자연히 회의는 겉돌았다.

21일 긴급 간담회에는 삼성 이학수(李鶴洙), LG 강유식(姜庾植) 구조조정본부장이 총수를 대신해 참석했다. 경영권 분쟁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현대를 제외하고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유력 그룹의 최고 결정권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현안의 해법을 논의한 것이다. 그만큼 재계가 현 경제상황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라는 분석.

▽어떤 제언이 담겼나〓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은 “경제불안 요인이 있지만 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극단적인 단계는 아니며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정치권 재계 금융계 일반투자자 등 각 경제주체가 책임을 다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에 대해 △구조조정을 올해 안에 마무리짓고 △공적자금을 충분히 조성해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대우차 문제를 조속히 처리하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시켜 금융지주회사법 등 국회에 계류중인 32개 경제 및 민생관련 법안을 처리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재계도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는 데 합의했다. 특히 한 참석자는 “어떤 기업이 어렵고 어느 기업이 수익을 내는지 해당 업종의 경영진끼리는 다 알지 않느냐. 그룹을 이끌어가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끼리 수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사업 구조조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의 행보〓전경련 관계자는 “앞으로 재계는 책임의식을 갖고 주어진 역할을 다하되 정치권과 정부가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충정으로 제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21일 회의는 그런 의지를 다지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의 논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 8대 제언과 재계자율의 빅딜 논의가 공허한 구호로 그치지 않도록 어떤 후속조치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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