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죽다 살았다” 개장초부터 추락후 극적 반등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34분


주식시장이 14일 급락세로 출발했다가 오후장 들어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하는 엄청난 저력을 발휘했다(장중 최저, 거래소 621.26 코스닥 98.54). 오전 10시50분경 32포인트까지 폭락했던 주가는 전날보다 3.54포인트 하락한 650.14로 마감해 하루장 변동폭은 29포인트에 달했다.

선물옵션 만기일(더블위칭데이), 국제 유가의 폭등, 미국 증시의 불안 등 3재(災)가 겹치면서 급락세로 출발했지만 장중 저점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결과, ‘바닥 확인’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이날중 청산될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잔고가 무려 6254억여원에 달해 단기적인 충격이 불가피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수 반등양상은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분석.

▽프로그램매매가 병주고 약줬다〓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매수차익거래잔고와 외국인들의 협공(매물공세)을 받으면서 급락, 개장초 지수하락폭이 컸다.

이날 프로그램 매도는 장중 1643억여원, 동시호가(오후 2시50분∼3시) 때 1114억여원 등 모두 2757억원 가량이었으며 나머지 3496억원어치는 12월물로 롤 오버(만기이월)된 것으로 추정됐다. 저점매수세도 만만치 않아 프로그램 매수세는 이날 1100억여원에 달했다. 특히 후장 동시호가 때 ‘그물을 치고 기다리는’ 매수세가 대거 형성되면서 종합지수는 10분간 7포인트 가량 급등했다.

현대증권 박천수과장은 “후장 동시호가때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단 1억원어치도 나오지 않았다”며 “더블위칭데이의 파장이 의외로 작았다”고 말했다.

▽유가상승은 여전히 부담요인〓경기둔화 우려가 팽배한 시점에서 터져나온 국제 유가의 급등양상은 증시에 중장기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저금리―고성장’으로 축약되던 거시경제여건이 심하게 뒤틀릴 수 있다. 실제로 한전 대한항공 등 석유 소비가 많은 회사들은 유가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대두되면서 주가가 속락하고 있다.

미래에셋 이병익운용본부장은 “반도체 경기논쟁과 달리 유가상승은 전 산업에 충격을 줄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며 주가 반등을 가로막을 최대 복병이라고 지적했다.

▽‘저점 확인’은 했나(?)〓거래소 코스닥 양 시장 모두 이날 연중 최저치를 딛고 반등하면서 저점(거래소 621선, 코스닥 100선)은 일단 확인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신경제연구소 정윤제수석연구원은 “장중 한때 100선 붕괴에도 불구하고 투매물량이 없었다”며 단기적으로는 110선까지는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템플턴투신운용 강신우상무는 “620선대는 기업실적을 감안할 때 역사적인 저점”이라며 “기술적인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금융구조조정의 가속화, 반도체 가격하락 진정, 유가상승세 둔화 등 가시적인 계기가 마련되지 않고는 반등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운·이철용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