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채권銀 "9월만기 채무 전액연장"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21분


현대그룹 채권은행들은 현대가 실현가능성이 높은 자구안을 발표함에 따라 9월까지 은행권에 만기도래하는 5040억원의 채무를 전액 만기 연장키로 14일 합의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9.1% 가운데 6.1%를 매각하는 내용의 자동차 계열분리안을 다음주중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전명예회장의 지분을 매입하는 채권단은 연말 매각시에 계열분리 원칙에 훼손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정몽구(鄭夢九)현대자동차 회장도 이 지분을 인수할 수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등 15개 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은행회관에 모여 현대건설의 단기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월까지 만기도래하는 현대의 차입금과 기업어음(CP), 회사채 모두를 연장해 주기로 합의했다. 현대건설 재무팀에 따르면 은행과 2금융권을 합쳐 9월까지 만기도래하는 총 여신은 7752억원이며 이중 은행권 여신은 5040억원이다.

채권은행들은 또 정 전명예회장의 현대차 주식을 6월말 현재 여신비율이 높은 7, 8개은행이 시가(11일 종가 1만7150원)로 약 2200억원에 사들여 12월 22일까지 현대측과 특수관계가 없는 제3자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때 주가가 오를 경우 채권단은 차익을 현대건설에 돌려주며 주가가 떨어지면 현대건설측이 원금 손실분을 보상하게 된다.

이날 모임에서 김경림(金璟林)행장은 “정몽헌(鄭夢憲)회장과의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누가 인수하든 계열분리 원칙에는 어긋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밝혀 정몽구회장의 인수가능성을 시사했다.

외환은행은 또 채권단을 대신해 신용평가회사에 현대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업평가는 현대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위한 자료 수집에 들어갔으나 자구계획의 실행 여부를 지켜본 뒤 신용등급 조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건설은 이날부터 자구계획 후속조치 실행을 위해 현대건설 내에 ‘자구계획 실천추진반(가칭)’을 구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병기·박현진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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