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수출 기아車 10년 16만km 무상수리

  • 입력 2000년 7월 20일 19시 30분


정몽구(鄭夢九) 현대 기아 자동차 회장은 이달초 기아자동차의 대미 수출 차량에 대해 무상수리 기간을 엔진과 동력전달장치에 대해서는 10년에 10만마일(16만㎞), 다른 부품에 대해서는 5년에 6만마일(9만600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미 98년9월부터 미국 수출차량에 대해 ‘10만마일 무상수리 보증제도’를 실시해오고 있다.

정회장의 이번 발표는 미국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내세우기 힘든 조건.

▽현대의 공격적 마케팅〓98년 현대차의 무상수리 기간 확대조치는 현대차의 판매신장과 이미지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 포드와 GM은 3년에 3만6000마일, 도요다는 엔진과 동력전달장치는 5년에 6만마일, 나머지 부품은 3년에 3만6000마일을 보장하는데 비해 현대차가 내놓은 파격적인 조건은 미국 소비자들의 현대차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것은 품질에 대해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깊게 심어줬기 때문.

현대는 특히 가격만으로는 승부가 불가능한 미국 중형차 시장에 E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10만마일 무상수리’라는 ‘승부수’로 던졌고 보기좋게 성공했다.

▽전문가들의 우려〓그러나 최근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와 기아가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상수리 기간을 결정하는 문제는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처럼 복잡한 문제. 우선 자동차 제작단계부터 수많은 부품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 시험가동을 통해 치밀한 데이터를 확보한 뒤 무상수리 기간을 늘릴 경우의 이익과 손실을 계산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와 기아가 이런 분석작업을 거친뒤 무상수리 기간을 확대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무상수리 기간을 1만마일 연장할 때 자동차 1대당 연간 5만∼6만원의 추가비용이 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차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유럽에 진출하면서도 보증기간을 10년으로 내세우지 못한 것도 음미해야할 대목. 전문가들의 지적은 ‘차가 10만㎞ 이상을 달리면 여러군데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는 일반 운전자의 경험과 일치한다.

▽현대 기아차의 자신감〓현대와 기아측은 “98년에 이미 내부 분석과정을 통해 품질에문제가 없고 보증기간 확대에 따른 비용보다는 이익이 크다는 분석이 나와 시행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동차 모델이 새로 나온 뒤 품질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는데 1년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현대와 기아차는 이미 결점이 다 드러나 보완이 끝난 제품이기 때문에 추가비용 발생은 적다는 것.

정몽구 회장도 이런 지적을 의식하고 최근 일선 공장에 자주 들러 ‘품질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요즘 품질관리에 비상이 걸려 회사에서 가장 힘이 센 부서가 품질관리팀일 정도”라고 전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무상보증기간 확대선언 이후 자동차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곧 국내차의 무상보증기간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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