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업 4∼7개 퇴출 불가피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33분


아남 반도체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조기 우등졸업’을 보는 워크아웃 기업의 반응은 처한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다. 대구백화점 등 경영성적이 좋은 유통업체는 조기졸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고 동아건설 고합 갑을방적 등 건설 섬유업체는 실적부진 속에 전전긍긍했다.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그동안의 운용 성적은 ‘낙제점을 겨우 모면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서울은행 등은 18일 워크아웃 업체에 대한 긴급 점검을 위해 조사팀을 추가로 파견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6일 “워크아웃 계획이 연내에 마무리 되도록 하라”고 워크아웃 재점검을 지시한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

워크아웃작업의 지지부진에는 △개별기업이 부동산매각 및 계열사 정리 약속을 제때에 이행하지 않았고 △채권은행단이 출자전환 약속을 미룬 것과 △건설 섬유업계의 전반적 경기침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LG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워크아웃 기업의 부동산 매각은 목표치 1조8000억원의 61% 수준인 1조1000억원. 자금시장 악화로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어 당분간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열사 정리 역시 계획의 13.7%에 그쳤다. 고합그룹처럼 13개 계열사를 ㈜고합 1개로 줄인 곳도 있지만 대부분 ‘주력업체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매각’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금감원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의 총부채 102조원 가운데 출자전환된 것은 전환사채(CB) 인수금액을 포함해 2조7000억원 수준. 동아건설은 채권단도 1조8000억원의 출자전환을 결의해 놓고도 ‘건설경기 악화’를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 64개 가운데 32개를 8월말까지 조기졸업시키고 나머지 32개에서 영업이익을 내는 25개를 제외한 4∼7개는 조기퇴출이 불가피한 상황까지 몰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크아웃 기업과 일부 채권은행단은 “워크아웃 자체가 지연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멀쩡한 현대건설이 자금위기에 몰렸듯이 국내 섬유산업과 건설경기의 침체가 주요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주요 워크아웃기업 99년 실적(단위:억원, 자료:금융감독원)
-매출액영업이익금융비용
고합 9,727 -1,635 4,717
동아건설22,057 1,239 4,272
진도 6,775 -434 1,903
우방 5,364 -2,286 1,196
대우자동차61,248 -7,211 11,354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